[한경속보]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월 미국 정부측에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혔던 것으로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서 드러났다.

3일 이 전문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1월26일 방한 중이던 마이클 쉬퍼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이 자리에는 박선숙 의원,서종표 의원 등이 동석했다.

박 대표는 “김대중 정부가 추구한 햇볕정책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강조했으나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해 주는 것은 모럴해저드를 낳을 뿐이며 성공적인 북핵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또 박 대표는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반드시 정상화해 평화협정을 논의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신뢰를 재구축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원조해줘야 한다”고 밝혔다.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북한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실존하며 평화체제를 위한 북한의 요청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존재하며 대화는 북한이 아닌 미국이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합의과정을 비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외교 전문에는 박 대표가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합의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편이 낫다는 한국의 소수그룹의 생각에 기반한 것으로 한국의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주한 미대사관은 이에 대해 육군 장성 출신인 민주당 서종표,한나라당 황진하 의원 등이 전작권 이양 연기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본국에 보고했다.

외교 전문의 내용과 관련,박 대표는 “전작권에 대해선 민주당이 합의 이행을 주장했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연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해명했다.박선숙 의원은 “위키리크스에 나온 박 대표의 발언은 대사관의 통역 과정에서 일부 잘못 전달됐다”며 “박 대표는 환수 반대가 아니라 ‘합의를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