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면 부동산 변곡점? 실수요자 이번에도 '꿈틀'
대형 건설사 임원인 N씨(52)는 2003년 설 명절 직후 서울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 소형 아파트를 4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설날 아침 가족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던 까닭이다.

집으로 돌아온 즉시 재테크에 밝은 회사 동료들에게 투자처를 추천받았다. 반포주공을 추천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회사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라고 권유했던 터라 과감하게 매입을 결정했다.

그 집은 현재 15억원 이상 호가한다. 전용면적 84㎡를 추가 분담금 없이 받은 터라 취득 · 등록세를 합한 총 투자비용은 5억원이 안 된다. 세전 기준으로 10억원 이상의 차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N씨는 "단 한번의 투자로 노후 준비가 끝났다"며 "설 연휴 때 가족 친지들로부터 일반인들이 느끼는 시장 반응 등을 듣고 재빨리 움직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올 설 연휴를 끝낸 부동산 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과거 설 추석 등 명절은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명절이 지나면 봄 · 가을 이사철 성수기가 시작되는 까닭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의 대화도 부동산 시장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로부터 생생한 동향을 전해듣고 매수 · 매도를 결정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올해는 전셋값을 둘러싼 얘기가 많이 오갔다. 전셋값 폭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형제나 친구가 많았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전셋값 폭등이 매매값 상승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모아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당장 폭등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설사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린다고 하더라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카드가 얼마든지 있는 데다 수도권 미분양이 아직도 늘어나는 추세여서다.

김선덕 건설산업연구원 소장은 "2000년대 초반 전셋값 급등으로 촉발된 집값 폭등세가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중소형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2~3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설 이후 집값이 강보합세를 나타낼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신규 분양 등을 노려 내집 마련에 나서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