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선물옵션 투자는 도박과 다름 아니라는 시장의 인식만은 꼭 바꿔보고 싶다고 토로했다.

특히 선물 시스템 트레이딩은 현물(주식) 투자의 리스크를 방어해주는 안정적인 투자기법이라는 점을 일반투자자들이 알아주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필규 PK투자자문 회장은 주식투자 등으로 세번 망해 밑바닥까지 추락해 본 경험과 선물투자로 일반인은 평생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을 손에 쥔 투자의 귀재다.

"주식투자에 10억~20억원을 베팅하는 고액자산가들은 많은데 선물옵션 투자는 워낙 투기적이라고만 생각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죠. 하지만 시스템 트레이딩은 주식투자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미국의 수많은 헤지펀드들이 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안정성은 입증된 겁니다"

성 회장은 지금까지 정식으로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서강대 경영학과 재학시절 '투자론'을 배우며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전업투자자로 지금까지 살아 왔다.

부침도 심했다. 주식으로 두번, 선물투자로 한번 등 세번이나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절치부심 끝에 지금은 더 이상 돈을 벌기보다 쌓아놓은 부(副)를 지켜나가며 파생투자 전도사 역할을 하기로 결심했다.

◆ 전세보증금 200만원으로 시작해 거부(巨副)가 되기까지

성 회장은 1994년 군 제대 후 복학생 시절 아버지가 준 전세보증금 200만원과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돈을 합한 5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서울 신촌 서강대학교 인근 증권사에 계좌를 트고 전화 주문을 하던 시절이다. 쏠쏠한 재미를 보며 주식투자를 계속했고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도 병행했지만 1998년 졸업과 동시에 전업투자로 뛰어들었다.

"학창시설 제가 생각해도 주식투자를 꽤 잘했습니다. 졸업하는 시점이 외환위기 직후였는데 정보기술(IT) 종목들이 폭발하기 시작하는 단계였죠. 지금 생각하면 그런 시장은 다시는 오지 않겠지만 당시는 첫 상한가를 기록한 IT 종목을 따라서 사기만 해도 돈을 벌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께 IT버블 붕괴 우려가 있었고, 전업투자자로서 돈은 벌여야 했기 때문에 주가가 빠지는 시기에 뭘 해야 할까 고민하다 선물옵션에 뛰어들게 된겁니다"

성 회장은 가장 크게 망했던 2004년 5월 10일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당시 실패가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기억하기 싫은 쓰라린 경험이었다는 것.

"자만심이죠. 패착은 저 자신을 너무 믿었다는데 있었습니다. 선물옵션 투자를 시작해 30개월 동안 한달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고, 26주 연속 플러스 수익 기록을 세워가던 상황이었습니다. 2004년 5월 10일은 중국발(發) 금리인상 쇼크가 시장을 강타했던 날입니다. 코스피지수와 선물지수 변동폭이 10%정도였으니 공포장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범주는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심했죠"

성 회장은 중국발 쇼크로 출렁거림이 있었지만 관련 뉴스도 다 나온만큼 오후장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은 생각과는 달리 더 큰 낙폭을 보였고 어느 순간 물타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손절매를 못했던 겁니다. 이제 올라가겠지 했는데 더 빠지니 얼이 빠지기 시작했고, 급한 마음에 평상시 같으면 절대 금기시 했던 물타기를 시작한 겁니다"

하룻만에 그동안 모아놨던 12억8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성 회장은 선물 시스템 트레이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시장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범주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평온한 바다 위에서 요트를 타고 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쓰나미가 덮친 격이죠. 이런 시장 상황이 또 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니 바로 3년 전 미국의 9.11테러가 있었습니다. 답은 분명했죠. 반드시 이런 예측불가능한 변동성 장세는 또 온다고 말이죠. 그렇다면 시스템 트레이딩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런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다고 성 회장은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을 거스를 수 있는 투자방법이 뭘까를 생각하면서 시스템 트레이딩을 만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실패뒤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철저한 자기관리도 성공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지금까지 돈 앞에서 창피한 행동을 해본적이 없어요. 망해도 남에게 끼친 피해는 끝까지 책임지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어려울때도 '성필규라면 믿고 투자할 수 있다'며 도와준 분들이 많았습니다"

초창기는 고생도 많았지만 2005년부터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승승장구 했고,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연일 축포를 쏘아 올렸다.

"2004년 시장을 경험한 후 정확히 4년만에 폭락장이 왔습니다. 이제는 자신있었죠. 리스크 방어를 철저히 해가면서 수익률을 높일수 있는 트레이딩 시스템이 빛을 발했습니다. 선물 상한가와 하한가에 물량을 가득가득 들고가서 선물 상한가와 하한가에 정리하는 날이 계속됐습니다. 지금까지 벌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단지 몇 달동안 다 벌었으니까요"

◆ "나무는 끝까지 자라지 않는다…하락장에 대비해야"

성 회장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이 리스크를 철저히 제어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금 시장에서는 전혀 먹혀들 분위기가 아니지만, 코스피지수가 너무 강합니다. 다들 코스피지수 3000을 얘기하는데 임계치에 거의 다달은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나무는 끝까지 자라지 않잖아요. 보통 저점을 기준으로 30% 조정은 '아름다운 조정'이라고 하는데 지난해 4월~5월 10% 안팎의 조정을 받었던 것이 전부입니다"

오직 주식에만 투자하는 지금의 자문형 랩 어카운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계약고가 1조원이 넘는 투자자문사들이 여러개 등장하고 있는데 하락장에 대한 대비가 돼 있는지 의문입니다. 신(神)이 아닌 이상 하락장을 예견하고 주식 대신 현금 비중을 높이는 일을 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과거 2007년과 같이 너도 나도 묻지마 주식투자를 하던 분위기까지는 오지 않아 얼마간은 추세 상승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 회장은 시스템 트레이딩과 같은 리스크 방어 기법을 사용하든지 아니면 시간의 힘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스템 트레이딩 같은 투자기법이 싫다면 시간의 힘을 믿는 수밖에 었습니다. 저희 고객들에게도 3년 간은 잊고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일시적으로 시장에 충격이 오면 곧바로 주식시장을 떠나버리는 투자문화로는 다양한 투자기법들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성 회장은 파생전문 자문사인 만큼 수탁고의 규모를 늘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신뢰를 쌓아 가면 자문사가 오히려 고객을 고르는 날이 올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아울러 검증된 시스템 트레이딩 기법을 해외 시장에도 접목할 수 있도록 시장 개척도 준비 중이다.

가입을 위해 해약자가 나올때까지 몇 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처럼 한국에도 명품 자문사가 탄생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