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당국 "마중객 붐비는 곳…접근 쉽고 피해 키우려"
"자폭 테러범 추정 시신 일부 발견…北 캅카스계로 추정"

16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도모데도보 공항의 24일 자살 폭탄 테러는 애초 알려진 것처럼 국제선 터미널 입국 수하물 배부 구역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마중객들이 모여 있던 대합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람 붐비는 대합실서 폭발물 터뜨려 =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모데도보 공항 대변인 옐레나 갈라노바는 "폭발이 마중객들이 쉽게 접근하는 국제선 입국 일반홀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주로 승객과 마중객 그리고 승객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던 택시기사 등이었으며 공항 직원 중 피해자는 없다고 갈라노바 대변인은 덧붙였다.

보안기관 관계자도 인테르팍스 통신에 "마중객 중에 섞여 있던 자폭 테러범이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폭발물이 항공기를 통해 운반된 뒤 공항으로 유입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공항으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언론에 어떤 사람이 대합실로 들어와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고함을 지르고 나서 폭발이 일어나났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대합실에는 15편의 국제선을 포함, 30여 편의 항공기가 도착할 무렵이어서 많은 사람이 대합실에 마중을 나와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또 도착 승객들을 태우려는 택시 기사들도 몰려 있었다.

보안 당국은 테러범이 입국 대합실을 테러 대상으로 고른 이유로 다른 구역보다 접근이 쉽고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라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테러범 추정 아랍계 시신 일부 발견 = 현지 방송 등에 목격자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폭발 직후 공항 대합실은 짙은 연기에 휩싸여 앞을 분간할 수 없었으며, 부상당한 승객들의 고통스런 비명과 대피하는 승객들의 고함 등이 뒤섞여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합실 바닥에는 훼손된 시신과 함께 피 자국, 유리 파편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보안기관 소식통을 인용, 사고 현장에서 테러범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아랍 계통의 외모를 한 30~35세 정도 남성의 머리가 발견됐다"며 "그가 폭발물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전 조사 결과 이 테러범은 북(北) 캅카스 출신으로 보인다고 그는 추정했다.

보안 관계자는 이타르타스 통신에 "자폭 테러범이 폭발물을 터뜨렸으며 폭탄 안엔 철제 파편들이 들어 있었다"며 "이 때문에 희생자가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폭발 강도는 TNT 5~7kg에 해당하는 규모였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일부 언론매체들은 1주일 전 보안기관에 도모데도보 공항 테러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접수됐었으며 심지어 테러 장소까지 통보됐었다고 보도했다.

◇ 주요 교통 시설, 보안 강화 = 드미트리 메드베데드프 대통령은 이날 폭탄 테러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러시아 내의 모든 공항과 대형 교통 시설에 비상 체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 경제 포럼 참석을 위해 25일 출국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고 대통령 공보실장 나탈리야 티마코바가 밝혔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모스크바의 모든 교통 시설에 대한 보안 강화 조치가 취해졌다고 국가 대테러위원회 대변인 안드레이 프르제돔스키가 전했다.

교통감독청도 모든 공항에 승객과 방문객들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항은 물론 기차역과 지하철 역 등에서도 검문검색이 강화됐다.

모스크바 지하철 역에서는 경찰이 의심스러운 승객들을 검문하는가 하면 수색견을 데리고 역사를 순찰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