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불가리아 북한 관련 문서 공개
北, 韓日 수교 앞두고 불가리아에 반대집회 요청


49년 전 불가리아 북한 유학생의 망명으로 두 나라 관계가 수년 간 냉각됐으며 북한이 한일 수교를 반대하는 집회를 불가리아에 요청한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최근 기밀 해제된 불가리아 국립 문서보존소의 북한 관련 기록물을 입수해 24일 공개했다.

이 기록물은 1950∼1970년대 평양 주재 불가리아대사관이 만든 문서와 소피아 주재 북한대사관이 불가리아 정부로 발송한 문서 등 2천여매다.

1962년 8월 이상종씨 등 북한의 국비 유학생 4명이 김일성 독재 체제에 반대하며 불가리아에서 망명을 선언했다가 북한 대사관에 억류됐으나 현지 정부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북한은 유학생들의 망명을 허용했다는 이유 등으로 1968년까지 6년간 불가리아와 문화교류 등을 전면 중단했다.

불가리아 정부는 1968년 9월9일 북한의 건국 20주년 즈음에 김일성 주석에게 '우호 관계를 회복하자'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외교 관계가 정상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 문건은 1960년대 북한과 동구권 국가의 외교 관계를 엿보게 하는 중요 사료이다.

유학생 망명으로 북한이 당시 공산주의 형제국가로 불린 불가리아와 외교적 갈등까지 겪은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1966년 한일 수교를 앞두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불가리아에까지 수교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이번 문서에 기록돼 있다.

1962년 3월 소피아 주재 북한대사관이 "남한 정부가 일본의 자본을 들여오기로 한 결정과 남한 주민들을 남미와 아시아에 이주시키기로 한 결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불가리아의 공장과 집단농장 등지에서 열어달라. 이 집회에는 북한 대사관 대표들도 참석할 수 있다"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1957년 불가리아에 토지개량과 벼농사 등 농업 전문가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는 문서도 있다.

국가기록원은 북한의 식량문제가 1950년대 말부터 본격화됐고 이 해결책으로 외국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