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레이더ㆍ김포] 한강신도시 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에도 안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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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200채 전매금지 풀려
미분양 적체 속 1만채 추가 공급
미분양 적체 속 1만채 추가 공급
김포시청에서 48번 국도를 타고 북서쪽으로 차를 달린 지 7~8분.눈 덮인 벌판에 띄엄띄엄 올라가는 골조가 눈에 띄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일산신도시와 마주보고 있는 1085만㎡ 규모의 김포 한강신도시다. 오는 6월 첫 입주를 앞두고 3월부터 연말까지 9686채가 공급될 예정이지만 시장은 낙관적이지 않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고 매수세도 위축된 상황"이라며 "지난 12일 한강래미안 579채를 시작으로 올해 4200여채가 전매제한에서 풀려 수급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팔지도 못하는 분양권
21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김포 한강신도시의 분양권 매물은 쌓여 있지만 거래는 뚝 끊겼다. 교통인프라 등 입지여건이 다른 수도권 신도시보다 처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하철도 없고 서울로 이어지는 48번 · 78번 국도는 정체가 심하다.
높은 분양가도 미분양과 분양권 적체 요인으로 꼽힌다. 전용 85㎡ 기준 한강신도시 아파트는 3.3㎡당 900만~1000만원 선이다. 걸포 · 장기동 신규입주 아파트는 750만~850만원 선이다.
장기동 S공인 관계자는 "분양가 5억원선인 공급 150㎡대 분양권은 10% 이상 값을 낮춘 4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오지만 최근 6개월간 한 건도 거래를 못했다"며 "매수기반이 워낙 취약해 집 주인들도 팔릴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2008년 9월부터 작년까지 한강신도시에서 공급된 물량은 1만6000여채로 이 중 30%인 5000여채는 미분양일 것으로 주택업계는 추정했다. S건설 관계자는 "작년에 전매제한이 끝난 전용 85㎡ 초과 1000여채의 상당수가 분양권 매물로 나와 있는데 올해엔 4266채가 풀린다"며 "미분양 및 전매물량으로 한강신도시 시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시장 회복만 고대하는 건설사
반도건설 한라건설 등 12개 업체들은 연말까지 이곳에서 9686채를 분양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는 공급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김포시 부동산 시장마저 호전 조짐을 보이지 않아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수도권 전셋값은 3.0% 올랐지만 김포시 전셋값은 오히려 0.26% 하락했다.
작년 11월 분양에 나설 예정이던 한라건설은 이달 말로 분양을 연기한 데 이어 최근 3월 초로 다시 미뤘다. 반도건설과 모아건설도 한라건설과 비슷한 시기에 청약을 받는다는 방침이었지만 분양일을 못잡고 상반기 중 공급한다는 원칙만 재확인했다. 동익건설 중흥건설 롯데건설 등도 분양시기를 잡지 못한 채 하반기를 기약하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주택시장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지만 한강신도시 사정은 아직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오는 6월 우남퍼스트빌 1202채가 한강신도시에서 처음 입주를 시작한다"며 "미분양과 분양권 물량이 넘치는 상황에서 대규모 분양과 본격 입주까지 겹치면 시장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