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中체제 내부 유례없는 `카오스' 존재"

중국이 'G2'로 부상했지만 역설적으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예전 공산당 지도자들과 달리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16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후 주석은 중국 공산당 집권 이후 가장 힘 없는 지도자다.

미국은 중국에 지난 몇 년 동안 위안화 절상과 북한 도발행위 억제, 반체제 인사 통제 완화, 불법 복제 단속 강화 등을 꾸준이 요구했고 후 주석으로부터 일정 부분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황은 대부분 악화되기 일쑤여서 후 주석이 미국 관료들을 기만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오바마 행정부가 내린 결론은 후 주석이 공산당 내의 여러 세력들에 좌우되고 있으며 군부와 고위 관료, 대기업이 과거 마오쩌둥 또는 덩샤오핑 당시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후 주석이 중국 스텔스기 첫 시험비행을 모르고 있었던 모습이 바로 약해진 주석 권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신문은 해석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료는 "중국 정부는 우리가 방문 중인데도 군부가 그런 '곡예 비행'을 못하도록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군부와 대형 국영기업들은 정부와 독자적인 대외 관계를 펼치기도 하며 이는 때때로 미중 양국 관계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2012년 후진타오에서 시진핑(習近平)으로 권력 이양을 앞두고 있다.

티머시 카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초청연설에서 "중국이 올해 이후 권력 이양 시기에 개혁의 속도가 늦춰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권력 이양.투쟁이 정책의 일관성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체제 내부에 지난 20년간 유례 없던 혼란(카오스)이 존재한다"며 "군부가 과거와 달리 정치에 참여하지 못한 채 자기 뜻대로 움직이고 있고 또 다른 세력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권력 분리 상태로 인해 중국과 협상이 더 어려워지고 마오 시절과 같은 대타협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고 미국 정부는 인식하고 있다.

위안화를 지속적으로 절상하겠다는 후 주석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재무당국이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낸 것도 스텔스기 시험 비행과 비슷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양국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에도 실제 행동에 돌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미국 관료들의 전언이다.

후 주석은 결국 완벽하게 권력을 장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협상과 중재로 '공동 권력'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