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해외 투자 확대 조명
전광우 "한국 디스카운트 주요인은 기업지배구조"

자산이 314조에 이르는 `고래' 국민연금이 이익을 내기 위해 `연못'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6일 보도했다.

이 잡지는 규모 세계 4위인 한국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를 향해 점점 더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평균 기대수명이 80세이고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1.15명인 한국은 향후 노인 노동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인구학적 시한폭탄(demographic time bomb)'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연금 생활자에게 매월 연금 지급을 보장해야 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전광우 이사장의 표현대로 `연못의 고래'라는 현실 때문에 쉽지 않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한국 내 주식시장에서는 가장 큰 손이지만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1천조 원 정도로 자산이 314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의 국내투자 기회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내 채권 수익률 하락은 국민연금의 목표 수익률인 7% 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잡지는 "답은 외국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면서 세계은행에서 12년간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전 이사장이 해외투자 비중을 지난해 9.8%에서 올해 12.6%로, 10년 뒤에는 30%로 높이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국민연금은 지난해 사모펀드와 함께 미국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쉐브론 지분을 매입하고 런던 도심 카나리워프의 HSBC 본사 건물을 매입하고 개트윅공항 지분을 12% 인수하는 등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잡지는 그러나 국부펀드가 아니라는 국민연금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투자수익 보다는 한국의 국가적 자존심을 높이기 위한 해외부동산 투자계획인 `마천루 어젠다'를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투자자들은 한국이 왕조적인 족벌 기업에 투자하는 소수 주주들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전 이사장은 한국 주식을 투자수익비율 면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몰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은 기업지배구조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이어 전 이사장의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한국 내 많은 상장기업의 최대 주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이제 이를 행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