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에 대한 증오심 표출…정치권 분노

히틀러의 나치즘을 추종하는 한 신(新) 나치 단체가 이탈리아의 저명한 유대인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해 공개하고 증오와 폭력을 부추기고 나서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익명의 이탈리아 신 나치 단체가 미국의 신 나치 단체인 스톰프론트(Stormfront)의 웹 사이트를 통해 이탈리아 내 주요 유대인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반(反) 유대적 행동을 법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미국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것으로 보이는 이 명단에는 이탈리아 정치, 경제, 출판, 영화계 등의 유대계 인사들이 모두 들어 있다.

특히 저명한 기자이자 방송인인 가드 레르너에 대해서는 '없어져야 할 인물'이라는 토까지 달아 증오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 나폴리 카모라 마피아를 파헤친 '고모라'라는 소설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카모라의 위협 때문에 경찰의 경호 속에 살아가는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 기업체 올리베티의 사장을 지냈고 현재 이탈리아의 가장 큰 언론 재벌의 총수인 카를로 데 베네데티도 포함돼 있다.

이탈리아 정계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행동에 분노를 표시하고 주동자를 조속한 시일 내에 색출해 처벌하라고 당국에 요구했다.

알레만노 로마 시장은 "수치와 분노 그 자체"라고 평하고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자들은 바로 이런 자들"이라고 성토했다.

이탈리아 유대인 연합회의 리카르도 파치피치 회장은 "나치 단체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라면서 "국제 공조를 통해 이러한 사이트들을 폐쇄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유대인 인사 명단을 공개한 신 나치 단체의 행적을 추적하는 한편 이 사이트에 반 유대적 댓글을 남긴 모든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연합뉴스) 전순섭 통신원 soonsubro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