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은 넷북을 닮고,넷북은 태블릿을 닮고,태블릿은 스마트폰도 닮고….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CES 2011'에서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갈수록 닮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가 '안드로이드폰의 해'였다면 올해는 '태블릿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전시회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윈도 태블릿이 대거 전시돼 주목을 받았다.

태블릿 제품은 스마트폰 메이커가 내놓기도 했고 PC 메이커가 내놓기도 했다. 스마트폰 메이커가 만든 태블릿은 스마트폰 느낌이 강했고 PC 메이커가 만든 태블릿은 넷북 느낌이 강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올해 스마트폰 업계와 PC 업계가 태블릿 시장에서 만나 큰 싸움을 벌일 것임을 예고했다.


윈도 태블릿에서는 넷북 또는 노트북 느낌이 났다. 윈도 태블릿은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 대거 전시됐다. 태블릿인지 넷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제품으로 델 '인스피론 듀오'를 꼽을 수 있다. 생김새는 넷북인데 모니터 부분을 180도 뒤집어 덮으면 태블릿이 된다. 콘텐츠 제작에 적합한 넷북과 콘텐츠 소비에 적합한 태블릿의 강점을 결합한 제품이다. 화면 크기는 10.1인치다.

델 인스피론 듀오 옆에는 삼성전자 '슬라이딩 PC 700Z'가 전시됐다. 화면이 10.1인치니까 인스피론 듀오와 같고 아이패드보다는 약간 크다. 생김새는 일반 태블릿처럼 보인다. 그러나 패드를 밀면 넷북 자판과 똑같은 쿼티 자판이 나온다. 운영체제(OS)는 윈도7,중앙처리장치(CPU)는 인텔 오크 트레일을 탑재했다. 저장된 파일을 TV에 연결해서 보는 HDMI 기능을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는 도시바,레노버,아수스 등 PC 메이커들의 윈도 태블릿도 전시됐다. '슬라이딩 PC'가 삼성전자 PC사업부에서 개발한 제품이란 점을 감안하면 윈도 태블릿은 PC 메이커들이 내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도시바 제품 이름은 '윈도 태블릿'이고 크기는 11.6인치다. 레노버는 10.1인치 '슬레이트'를,아수스는 12.1인치 'Eee 슬레이트 EP121'을 내놓았다.

노트북에 터치스크린 기능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는 다수의 터치스크린 PC가 나란히 진열됐다. 에이서의 '어스파이어 Z5761',MSI의 '윈도탑',소니의 '바이오 터치 PC',레노버의 'M90Z' 등이다. 자판과 마우스 없이 데스크톱 모니터처럼 생긴 본체만 있다. 손가락을 터치해 작동하며 입력창에 손가락을 대면 가상자판이 뜬다.

모토로라가 내세운 '아트릭스 4G'는 폰과 PC,TV의 경계를 넘나든다. '랩톱 도크'와 짝을 이루고 TV와 연동한다. 아트릭스를 랩톱 도크에 꽂으면 랩톱(노트북) 자판과 마우스로 작동할 수 있다.

TV와 연결된 도크에 꽂으면 폰 콘텐츠를 TV로 즐길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모바일게임 '앵그리버즈'를 TV에서 시연했다. 모토로라는 부스에 '모바일 컴퓨팅의 미래,아트릭스'라고 써 놓았다.

모토로라 아트릭스는 LG '옵티머스 2X'와 함께 '스마트폰 듀얼코어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두 스마트폰은 엔비디아의 테그라2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PC처럼 폰도 듀얼코어를 탑재하면 속도가 빨라진다. LG 부스에서 옵티머스 2X를 작동해 봤는데 확실히 빨랐다. 아트릭스와 옵티머스 2X를 시발점으로 올해는 듀얼코어 폰이 부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샤프가 '갈라파고스' 브랜드로 내놓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스마트폰의 느낌도 나고 넷북 느낌도 난다. 갈라파고스는 5.5인치 '모바일 태블릿'과 10.8인치 'HD 태블릿'이 있다. 5.5인치짜리는 스마트폰에 가깝고,10.8인치는 넷북에 가깝다. 용도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했다.

라스베이거스=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