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초 관련 부처 '부동산 점검회의' 직후에도 국토부는 비수기인 연말께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규모 입주로 전셋값을 제대로 못 받은 잠실 등에서 2년차를 맞아 제값에 계약하면서 나타난 국지적 강세"라고 전세시장을 분석했다.
전세난이 심화되는 데엔 정부의 이런 상황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집값 상승만 우려해 주택공급 관련 규제 완화 타이밍을 놓쳤고,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에만 치중함으로써 민간 주택건설을 위축시켜 전세난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2005~2007년 46만~55만채에 이르렀던 주택공급이 2009년 38만채로 급감하면서 전세난은 이미 예고됐다"며 "집값만 잡으면 된다는 정부의 상황 인식이 전세난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 전 · 월세 가격에 대한 체계적 모니터링 외에는 별다른 전세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국토부는 그동안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확대 △재개발 · 재건축 사업시기 조절 △전세자금 지원 확대라는 3대 전세대책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작년 1만6000채로 목표를 4000채 밑돈다. 재개발 · 재건축 사업시기 조절도 관련 법안의 국회 계류로 강남권 대규모 이주에 따른 전세난 심화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향안정으로 신규 수요가 전세로 그대로 남는 새로운 흐름을 정부가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신규청약 위주의 주택 정책으로는 전세난 대처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전세난으로 월세 물건이 늘어난다는 점도 문제다. 한 금융사 PB는 "전세를 구하지 못해 월세로 돌아서는 세입자로서는 내집마련 자금 확보가 그만큼 힘들어져 무주택 상태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국민주택기금의 주택구입 · 전세자금 융자 계획을 작년(5조6977억원)과 비슷한 5조7000억원으로 잡았다. 주택구입자금 대출 실적이 많지 않으면 남는 재원을 전세자금 대출로 전용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주택매매가 상승으로 옮겨붙으면 주택기금 대출자금도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