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보고 알렸지만 묵살"…"제보내용 확인중"

육군 최전방 부대에서 군 간부가 2급 기밀이 담긴 USB메모리(이동식 저장장치)를 분실했는데도 군 당국이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강원도 육군 모 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하 대대 A소령은 지난 7월 과학화 전투훈련을 앞두고 대대 훈련자료와 작전계획이 담긴 USB를 잃어버렸다.

A소령은 이 USB를 한 달 넘도록 찾지 못하자 같은 모델 제품을 시중에서 구입하고서 대대장에게 '분실된 USB를 찾았지만 심하게 훼손돼 파기해야 한다'고 허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실된 USB에는 대대의 작전계획은 물론 2급 기밀인 연대 단위의 계획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일부 간부가 지난달 사단 정기 보안점검에서 허위보고 사실을 알렸지만 묵살됐다고 이 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대 관계자는 "사단 간부가 '잃어버린 USB가 다시 나타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며 못 본 척했다"고 말했다.

한 간부가 이달 초 국군기무사령부에 이 내용을 제보한 데 이어 지난 20일 국방부에도 관련 사실을 알렸지만 현재까지 A소령을 포함해 해당 부대 관계자들을 전혀 조사하지 않은 상태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사단과 기무사, 국방부에 관련 내용을 3차례나 알렸지만 지금껏 아무런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가 안보상 중요한 기밀인데 (USB가) 어디서 굴러다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무사는 "13일께 익명으로 제보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이어서 신빙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 같다.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라고 해명했다.

육군은 현재 A소령과 해당 부대의 관련 부서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