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듯이 가습기를 켜고,공기청정기에서 MP3 음악을 듣는다. '

정수기와 비데,공기청정기,가습기,식기세척기 등 소형생활가전 분야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출이 잇따르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독특한 컨셉트와 아이디어로 중무장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다.


소형가전 1위 업체 웅진코웨이는 디자인제안전(21~24일 · 서울대 R&D센터)을 통해 내년도 디자인 트렌드를 선보이고 있다. 웅진이 제시한 소형생활가전의 내년도 화두는 오감 만족과 컨버전스,그리고 아날로그다.

소형생활가전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시각과 후각,촉각 등 감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이번 디자인제안전에선 제품 패널 안쪽에 조명을 달아 표면을 통해 빛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도록 디자인된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과거 소형생활가전제품들은 제품의 가동 여부를 램프 색상을 통해 보여줬다. 가습기의 경우 정상 가동 시 녹색등이 켜지고,물이 부족하면 적색등이 켜지는 식이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정수기와 가습기에선 물이 흐르는 모습,공기청정기에선 바람이 나오는 모습 등을 조명을 통해 형상화했다. 가습기와 보습기 등에 각종 아로마 향을 넣을 수 있도록 해 후각적 효과를 가미한 제품들도 선보였다. 대부분의 제품이 버튼을 없애고 터치스크린이나 스마트터치 방식을 채용해 단순미를 살렸다.

내년에는 융합형 제품도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웅진코웨이는 이번 전시회에 모래시계를 응용한 가습기를 선보였다. 옆으로 돌려세우면 제습기로 변신하는 제품이다. 전신거울의 앞면을 열면 옷걸이가 있어 외투를 살균하고 스팀을 통해 다림효과를 낼 수 있는 살균기도 있다. 아이폰 액서세리로 활용 가능한 제품도 등장했다. 공기청정기에 아이폰을 꽂으면 충전기와 스피커 역할을 한다. 커피머신과 정수기,커피머신과 아이폰 스피커를 결합한 사례도 있다.

점점 디지털화되는 제품 기능과 달리 디자인 측면에서는 아날로그의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되살렸다. 제품 표면의 나무 질감을 살린 제품이 많고 이 밖에 다양한 자연적 이미지가 가미됐다. 공기청정기에는 가운데 큰 구멍을 뚫어 동굴에서 바람이 나오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히팅 가습기는 전통 화로의 모습이나 창문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삼았다.

아날로그 라디오 형태의 정수기도 선보였다. 책꽂이를 응용한 제품은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빼듯 버튼을 앞으로 당기면 기능이 작동한다. 실버세대를 위해 소파와 결합된 비데도 있다. 가죽소파의 바닥을 제끼면 비데와 용변처리기가 나타난다. 팔걸이 부분에는 당 수치와 혈압을 체크할 수 있는 기계가 부착돼 있다. 이 밖에 제품이 경량화,소형화되면서 들고 다니며 차량이나 사무실 등에서 쓸 수 있는 핸디형 가전제품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웅진코웨이 외에 청호나이스,교원L&C 등도 내년에는 융합형 제품,소형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