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통끝에 군인연금 개혁안 확정
위험하고 정년짧고 재취업 힘든 軍 특수성 고려

만성 적자로 개선 방향을 놓고 오랫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군인연금이 결국 현재보다 보험료를 더 내되 연금 급여는 그대로 받는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청와대와 총리실, 국방부, 기획재정부, 행안부 등은 최근 실무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확정했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는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군인연금도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경제 부처의 요구 대신 군의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는 국방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군인연금도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결국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현재 월급여의 5.5%인 연금 기여금(보험료)을 일반 공무원 수준인 7.0%로 인상하되, 퇴직급여, 유족급여, 재해보상급여 등은 현행 지급률을 유지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4대 연금 가운데 국민연금은 지난 2008년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은 올해부터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이미 바뀐 상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8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군인연금 개선 작업에 착수했지만, 적자 보전액을 줄여야 한다는 경제.예산 부처의 요구와 군의 특수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군의 반론이 맞서 3년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973년부터 매년 적자를 기록해온 군인연금에 연간 1조원 가까운 정부 보전액을 지원한다는 점과 군인도 공무원이라는 점을 들어 공무원연금과 같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군은 생명의 위협을 담보해야 하고 정년이 짧은데다 사회에 나와서 재취업이 어려운 군 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군인연금만큼은 적자분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방부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영국, 호주, 독일 등 8개국은 군인연금 보험료 전액을 정부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캐나다, 이탈리아, 뉴질랜드, 대만 등 10개국도 정부가 개인보다 부담하는 보험료가 많다.

일본과 아르헨티나도 개인과 정부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3년을 끌어온 군과 경제부처 사이의 줄다리기가 결국 군의 승리로 끝난 것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거치면서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나라에 목숨을 맡겨놓은 채 일하다가 조기 전역하면 일자리도 잡기 어려운 군인들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생활이 보장되도록 연금을 주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났다"면서 "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도 사기를 고려해 챙겨줄 것은 챙겨주는 채찍과 당근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