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이 계속 불어나 곧 6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현금통화에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요구불예금,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들어있는 단기자금이 556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내년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정기예금도 50조원을 웃돈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과거와는 달리 만기가 찬 정기예금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고금리 특판예금 등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하니 늘어난 부동자금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부동자금이 급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투자대상이 마땅치 않아 돈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중 금리의 대표격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3~3.4% 수준에 그쳐 물가상승률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또한 대체로 3%대 중반 수준에 불과하다. 실질금리가 '제로'여서 금융상품은 투자메리트가 낮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그런 가운데 대기업들은 경영실적 호조로 자금사정이 개선돼 대출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여유자금이 자꾸 쌓일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부동자금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도처에서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물가불안을 자극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 오름폭이 커지면서 국민들의 생활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걱정을 감추기 어렵다. 게다가 과거의 사례를 보면 뭉칫돈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 등으로 몰려다니며 거품을 만들어내는 등 갖가지 부작용을 야기해왔던 만큼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자금이 생산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래야만 기업들의 생산과 고용이 확대되고, 그를 통해 기업 이익과 근로자 임금이 늘어 건전한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이미 예정돼 있는 초대형 기업매물을 소화하는데 이런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