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에 새 둥지를 튼 '아시아의 거포' 이승엽(34)이 내년 홈런 30개 이상을 때리고 100타점을 올려 화려하게 부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승엽은 10일 오후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기회를 준 오릭스 구단에 감사드린다.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굳게 각오를 밝혔다.

이어 "5년간 뛰었던 요미우리 구단에도 감사드린다"면서도 "하지만 내년에는 그간 나를 2군에 계속 둔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겠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지난 2일 이승엽과 1년간 연봉 1억5천만엔에 계약했다고 발표한 오릭스 구단은 일본에서 입단식에 앞서 한국 야구의 간판스타인 이승엽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한국에서 먼저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입단식에는 무라야마 요시오 오릭스 구단 운영본부장과 매리연 로버트슨 구단 고문이 동석, '한류거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무라야마 본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이승엽이 오릭스에 입단해 굉장히 기분이 좋다.

이승엽은 설명이 필요 없는 좋은 선수"라면서 "이승엽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인간성 등에 반해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릭스가 속한 퍼시픽리그는 각 팀 전력이 종이 한 장 차이다.

이승엽이 맹활약을 펼쳐 내년에 꼭 우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무라야마 본부장은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면 우리 구단의 연고지인 오사카까지 1시간30분이면 온다.

많은 팬께서 이승엽의 활약을 직접 확인하셨으면 좋겠다.

한국에 프로 야구단이 8개 구단이 있는데 오릭스도 그 중 하나라는 느낌으로 뜨겁게 응원하겠다"며 한류 바람의 진원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구단 재정을 담당하는 로버트슨 고문은 "오늘 한국에서 입단 기자회견 때문에 뉴욕에서 날아왔다"면서 "이승엽이 시장에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꼭 잡으라고 실무자에게 말했다.

내년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칠 것으로 100% 확신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지난 2004년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했고 올해까지 7년 통산 타율 0.267을 때리고 144홈런에 388타점을 기록했다.

요미우리로 옮긴 첫해 타율 0.323을 때리고 홈런 41방을 쏘아 올리며 108타점을 수확, 4년간 30억엔에 달하는 대박 계약을 터뜨렸던 이승엽은 그러나 이후 왼쪽 무릎과 왼손 엄지손가락에 잇달아 메스를 대고 슬럼프를 맞았다.

급기야 올해에는 스프링캠프부터 주전 1루수를 빼앗기는 등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수모를 당한 끝에 타율 0.163, 홈런 5개, 타점 11개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요미우리로부터 사실상 방출 통보를 받은 이승엽은 일본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했고 오릭스에서 부활의 기회를 잡았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