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하원의원 총회서 구두표결로 오바마-공화당 타협안 거부키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9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 사이에 이뤄진 감세연장 타협안에 대해 내용의 수정이 없는 한 하원 상정을 거부키로 하는 결의안을 구두표결을 통해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연소득 2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까지 포함해 전 계층에 대해 감세조치를 2년간 연장하고 실업수당 지급기한을 13개월로 늘리는 한편 소득세와 사회보장세 등을 감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재개편안에 대해공화당 지도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논의과정에서 민주당이 철저히 배제된 채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연장과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재산의 상속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채로 타협안이 마련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셸리 버클리(네바다) 의원은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결의안에 반대한 사람은 아마도 나 혼자였던 것 같다"고 말해 민주당 하원의원들 대부분이 오바마-공화당의 타협안에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단지 소속의원들의 반대 입장을 백악관과 공화당측에 표시하는 정치적 제스처로 여겨진다.

크리스 밴 홀런(메릴랜드) 의원은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타협안을 원안대로는 민주당 의원들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백악관 및 공화당 소속 의원들과 협의를 통해 보완책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의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사이에 도출된 타협안이 결국 의회를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다른 대안은 결국 모든 계층에 대해 세금인상을 초래하고 경제에 타격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모든 사람이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빼버린다면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갖지 못할 것"이라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내년부터 하원 원대대표직을 맡게 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법안의 상정에 앞서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 및 공화의원들과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