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률 제로 `KPI 마크'…작년 337억원 국고귀속

고추장, 벼루, 비누, 벽돌, 침대, 수류탄박스…

서로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200여종의 상품이 교도소 자체 브랜드인 `KPI(Korea Prison Industry)' 마크를 달고 전국 50개 교정시설에서 만들어져 소비자를 찾아간다.

8일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하루 2만명의 수형자가 교도소 직영 또는 위탁 작업장에서 각종 제품을 시중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생산하고 있다.

식품류로는 공주교도소에서 고추장과 된장을, 부산교도소에서 어묵과 멸치젓, 두부, 닭발, 배추, 무, 감자 등을 만들어낸다.

비누와 화장지, 옷걸이, 수저, 앞치마, 수건 같은 생활용품부터 운동화, 양말, 속옷, 이불은 물론이고 벽돌과 블록, 복사용지에다 심지어 수류탄 보관박스까지 수형자들의 손끝에서 나온다.

가구제작 기능사 자격을 보유한 수형자 177명은 문갑, 반닫이장 등 전통가구부터 침대와 책걸상, 옷장, 신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하루 1천300여명의 수형자가 쇼핑백 생산에 참여해 "시중에 유통되는 쇼핑백의 99%는 교도소 작품"이라는 것이 교정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쇼핑백은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수형자 일당이 1천300원이라 외부업체는 단가 면에서 도저히 따라올 수가 없다고 한다.

수형자 일당은 최고 1만5천원으로 일한 만큼 적립했다가 출소할 때 주는데 지난 8월 대전교도소의 한 출소자는 무려 1천450만원을 찾아갔다.

이 일당은 일종의 장려금일뿐 판매수익은 모두 국고로 들어가며 2008년 315억원, 2009년 33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교도소 상품은 가격에서 강점을 가질 뿐만 아니라 `불량률 제로'에 도전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수형자가 만든 물건을 집에 두면 액땜을 해준다'라는 속설까지 전해지면서 `단골'을 자처하는 일부 소비자도 있지만, 아직은 홍보부족으로 KPI 브랜드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교정본부 홈페이지(www.corrections.go.kr) 쇼핑몰 코너에 들어가면 제품별 사진과 가격을 볼 수 있지만 바로 결제할 수는 없고 전화로 주문하고서 입금하면 배달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부가세가 포함돼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장보익 법무부 직업훈련과장은 "시중제품과 비슷한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해 질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KPI보다 더 친근한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