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원주민 A씨는 2007년 황산~선동 간 도로공사로 토지를 수용당하면서 일부 토지(대지)에 대해 3.3㎡당 427만원을 보상받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미사지구 택지조성을 위해 올해 평가한 가격은 같은 땅의 일부인데도 250만원으로 나왔다. 같은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했음에도 이렇게 다른 수치가 나왔다. 땅값과 물가가 오른 만큼 2007년보다 보상금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던 A씨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LH는 이에 대해 "과거 보상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때문"이라고 맞섰다.

그동안 거품논란을 빚었던 토지 보상가액 적정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개발이익 반영 이전의 공시지가,또는 공시지가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 적정하다고 본다. 반면 땅 주인들은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시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적정 보상가에 대한 시각차

정부는 공시지가를 보상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개발이익이 배제된 표준지 공시지가를 토대로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감사원의 일부 감사관들은 개발이익 반영 전 공시지가와 개발이익 반영 전 시가의 차이를 '기타요인' 항목에서 보정할 수 있도록 한 감정평가협회의 '보상평가 지침'도 무효라고 지적한다. 국토해양부 협의를 거쳐 만든 지침이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다.

주민들은 보상가가 매매가격,또는 과거 보상가격 수준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타요인' 항목을 통한 주변 시세 반영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고 있다. 주민들은 시세의 50% 정도인 공시지가로 보상받으면 생계 기반을 잃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사지구 주민 원유상씨(56)는 "40년째 그린벨트로 묶어 재산권 행사를 못하게 하더니 이젠 정당한 보상마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사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일감을 따내려고 주민들에게 보상가를 높여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지난 8월 LH 감사에서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해당 사업지구와 무관한 곳의 과다보상 선례나 개발이익이 이미 반영된 인근 지역의 매매사례를 인용해 땅값을 높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사업 초기 대전 둔산지구 보상가는 3.3㎡당 7만원 수준이었으나 막바지 단계에선 70만~80만원까지 오른 것도 과다평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은 "부동산 소유자가 추천한 감정평가사들의 평가액은 시행자 측보다 평균 6% 정도 높게 나온다"며 "감정평가 업계의 일감확보 경쟁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감정평가사들과 주민들은 "소수 징계 사례를 근거로 과다평가를 일반적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보상가 낮아질 가능성 높다

보상가는 사업시행자가 추천한 평가업체 두 곳과 땅 소유자가 추천한 평가업체 한 곳 등 세 군데가 평가한 금액의 평균으로 결정한다. 감정평가협회가 마련한 보상평가 지침은 양측 평가금액 차가 10%를 넘으면 평가자체를 무효 처리하고 별도 업체에서 재평가토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감정평가사들은 통상 감정평가협회 심사를 받기 전 충분한 협의를 거쳐 평가금액 차이가 10%를 넘지 않도록 조정한다.

최근 사업시행자 측과 땅 소유자 측 평가업체의 감정평가 금액 차이가 크게 벌어져 감정평가협회가 조정에 애를 먹고 있다. 보상이 진행 중인 인천 검단신도시는 사업 초기 감정평가 금액 차이가 20%까지 벌어졌다. 협회가 여러 차례 중재에 나서 이를 10% 이내로 줄였다. 주로 땅 소유자가 추천한 평가사가 양보해 검단신도시 보상금액은 당초 책정금액보다 1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지구에선 주민대책위원회가 "재평가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대형 감정평가법인 임원 B씨는 "과다보상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앞으로 보상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