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포수.1루수.유격수.외야수 경쟁 치열

올해 프로야구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포지션별로 치열한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투수부터 지명타자까지 10개 포지션에서 기준 성적을 넘긴 선수 37명이 후보로 이름을 올린 올해는 쉽게 한 선수의 우세를 점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마지막 발표 순간까지 마음을 졸이며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3루수와 지명타자 부문은 상대적으로 쉽게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올해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첫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이대호(롯데)로부터 개인 통산 세 번째 황금 장갑을 빼앗기엔 최정(SK)과 정성훈(LG)은 힘들어 보인다.

올해 거포 변신에 성공하면서 이대호와 함께 공포의 타선을 구축한 지명타자 홍성흔(롯데) 역시 객관적인 수치에서 김동주(두산)와 박용택(LG), 송지만(넥센), 박석민(삼성) 등에 멀찌감치 앞서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나머지 포지션에서는 함부로 특정 선수의 우세를 점치기 어렵다.

그나마 투수 부문에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에 오르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탠 류현진(한화)이 한 발짝 앞서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다승 1위에 오르고 팀의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에 앞장선 김광현(SK)도 무시할 수는 없다.

포수 부문에서는 박경완(SK)과 조인성(LG)의 경쟁이 치열하다.

기록상으로는 조인성이 타율 0.323에 28홈런, 107타점으로 조금 앞서 있다.

조인성은 특히 올해 역대 포수 사상 최초로 100타점 고지를 정복했다.

그러나 SK에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긴 박경완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난해 시즌 막판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하면서 KIA의 우승을 지켜보고 황금 장갑까지 김상훈(KIA)에게 넘겨줬던 박경완은 올해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꾸준히 경기에 나와 우승을 이끌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일궈냈다.

1루수 황금 장갑을 두고는 박정권(SK)과 최준석(두산)이 신경전을 벌인다.

생애 첫 수상을 노리는 최준석은 타율 0.321에 22홈런, 82타점을 올려 기록에서 앞서지만 3할 타율(0.306)에 18홈런, 76타점을 올리고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쥔 박정권의 '우승 프리미엄'에 가릴 수도 있다.

2루에서도 조성환(롯데)이 타격 3위(0.336)에 오른 고타율을 앞세워 황금 장갑을 노리고 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쥔 정근우(SK)는 쉽지 않은 경쟁자다.

지난해 유격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인 손시헌(두산)은 타율 0.301에 12홈런, 58타점을 올려 한층 성장한 강정호(넥센)와 다시 한 번 격전을 벌여야 한다.

3명을 뽑는 외야수 부문은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일단 최다안타 3위와 홈런·타점 6위 등 정교함과 힘을 고루 과시한 '타격 기계' 김현수(두산)가 수상이 유력해 보이지만, 나머지 두 자리의 향방은 누구도 점치기 어렵다.

김강민(SK)과 박한이(삼성), 이종욱(두산), 이진영(LG), 이용규(KIA), 손아섭(롯데) 등 3할 타자가 수두룩한데다 4년 연속 도루왕에 오른 이대형(LG)까지 가세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골든글러브 영예를 안을 주인공은 오는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켄벤션센터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