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의향서 낸 것은 사실"
토종펀드 정체성 갖고 10년 내다본 장기투자


박병무 보고펀드 대표는 2일 "정부.채권단의 기업 매각이 지나치게 경직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는 박 대표는 지난달 1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이끄는 보고펀드에 합류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실 정부나 채권단이 특정 기업을 매각하는 방식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방식"이라며 "이같은 예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합병(M&A)에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윈윈 하려면 매각되는 기업을 많이 들여다보고 계산하고 시너지를 분석하고, 적절하게 가격을 협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냥 딱 자료주고 언제까지 써내라고 하고, 실사기회를 주고도 한자도 못고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M&A가 정부나 채권단 주도로 이뤄지고 공정성을 중시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절차가 너무 경직돼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박 신임 대표는 지난 1988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M&A와 기업관리·분쟁, 자본시장 업무 등을 주로 맡아왔다.

1990년대 중반 한화종합금융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자 사모전환사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제일은행, 한일은행, 쌍용증권 등 국내 초대형 M&A 계약을 진두지휘했고, 이를 통해 옛 제일은행과 하나로텔레콤 대주주였던 뉴브리지캐피털(현 TPG 아시아펀드) 및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와 하나로텔레콤의 최고 경영자(CEO) 등을 지냈다.

박 대표는 "그동안 매판자본의 앞잡이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우리나라 토종펀드에 몸담았으니, 제대로된 투자를 하겠다"면서 "내년부터 블라인드 펀드 형태로 본격적으로 돈을 모아 10년을 내다본 장기투자에 나설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26일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입찰참가의향서를 낸 11곳 중 하나인 보고펀드는 현재 6천500억원 가량의 종자돈으로 1조원 가량을 비씨카드, 동양생명, 아이리버 등에 투자하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금융과 관련해서는 "의향서를 낸 것은 사실"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우리나라 사모투자펀드(PEF)의 문제점에 대해 "단기투자가 너무 많다"면서 "보통 외국에서는 투자기간을 적어도 5~7년은 잡는데 우리나라는 2년내 투자성과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PEF의 운용 주체가 금융기관 계열사인 경우가 많아서 독립적 운용이 어려워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인센티브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