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계약…이승엽 "본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퇴단한 이승엽(34)이 퍼시픽리그 오릭스 버펄로스로 이적했다.

오릭스 구단은 2일 이승엽과 1년간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봉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일본 언론은 이승엽이 올해 받은 연봉(6억엔)의 4분의 1인 1억5천만엔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승엽은 성적에 따라 보너스 옵션을 따로 받을 예정이다.

요미우리에서 등번호 25번을 달았던 이승엽은 오릭스에서는 3번을 받는다.

오른손 강타자 알렉스 카브레라(38)가 팀을 떠나면서 오릭스는 강타자 1루수를 구해왔고 이승엽을 적임자로 낙점하고 일찍부터 협상테이블을 차렸다.

한때 이승엽의 연봉이 대폭 삭감돼 8천만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으나 오릭스는 거론된 액수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을 책정, 이승엽의 자존심을 세워줬고 영입에 성공했다.

이승엽은 오릭스 구단과 인터뷰에서 "계속 일본에서 뛸 기회를 준 오릭스 구단에 감사한다.

"면서 "최근 몇 년간 생각만큼 성적을 남기지 못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심기일전해 새로운 환경에서 내 본래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성원을 부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2004년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일본 무대를 밟은 이승엽은 이로써 6년 만에 친정 퍼시픽리그에 복귀했다.

올해 지바 롯데와 3년간 계약한 김태균(28)과 한국산 거포끼리 화력 대결이 내년에는 야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2005년 지바 롯데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한 이승엽은 일본 통산 7년간 675경기에 출전, 타율 0.267을 때리고 홈런 144개에 388타점을 기록했다.

오릭스는 프로야구 한화에서 은퇴한 뒤 지금은 호주 프로리그로 넘어간 왼손투수 구대성(41)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뛰었던 팀으로 한국팬에게 익숙하다.

재일동포가 많이 사는 오사카, 고베 지역을 연고로 해 이승엽은 든든한 응원군을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

오릭스 사령탑인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과 이승엽의 인연도 새삼 시선을 끈다.

센트럴리그에서 요미우리의 강력한 라이벌인 한신 타이거즈 감독이던 2008년, 오카다 감독은 이승엽의 맹타 탓에 스스로 지휘봉을 놓았다.

당시 한신에 13경기나 뒤졌던 요미우리는 이승엽이 한신과 경기에서 쐐기포(9월21일), 결승 2점포(9월27일), 결승 2루타(10월8일)를 잇달아 터뜨린 덕분에 한신을 물리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었다.

올해 오릭스 사령탑에 오른 오카다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 지바 롯데, 니혼햄과 리그 3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아쉽게 5위로 시즌을 마쳤다.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 칼을 갈아온 이승엽이 이번에는 오카다 감독과 팀의 부활을 위해 불꽃타를 휘두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