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종합지수가 얼마나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신경쓰지 마세요. 중국의 긴축정책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합니다. "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겸임교수(49 · 사진)는 증권가의 다른 중국 전문가들과 상반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전 교수는 29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역사상 13억 인구를 가진 단일 국가는 없었다"며 "사상 최대 구매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을 기존의 이론으로 예측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역발상을 주문했다.

전 교수는 여의도를 떠난 뒤에도 증권가에서 최고의 '중국통'으로 꼽힌다. 대우증권과 한화증권의 리서치본부장을 지낸 그는 중국 칭화대에서 경제학 석사,푸단대에선 재정금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달부터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이 중국 경제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개설한 중국경제금융연구센터의 초빙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정부의 긴축과 관련된 우려에 대해 전 교수는 지나친 걱정은 중국 경제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자본의 해외 유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한 쪽을 잡으면 다른 쪽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중국 정부의 목표가 물가 안정에 있는 만큼 부동산과 상품시장에서 빠져나온 돈은 증시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상하이지수 등 중국 지수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어설픈 착각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농업은행 등의 대규모 증자에 따른 주식 거래량 증가로 개별 기업의 주가와 상관없이 지수는 당분간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증시도 1985년 이후 20년 가까이 주가지수는 1000을 넘지 못했지만 시가총액은 110배나 늘었다"며 "투자자들도 중국 지수 대신 내수산업이나 신성장 산업 등 업종별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불거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중국을 놓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고 했다. 전 교수는 "칭다오항에 해군 본부를 두고 있는 중국은 미 항공모함이 서해로 진출해 자신의 해군전력을 낱낱이 파악해 가는 것에 크게 부담을 느낀다"며 "비슷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는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5년간 중국발 대호황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전 교수는 "중국은 2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데 이를 풀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버블 형성,외부적으론 통상 마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내수 활성화를 통한 수입 증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중국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큰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중국 내수주는 앞으로도 전망이 밝은 반면,중장비와 기자재 관련 기업은 중국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매출이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교수는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해외 유망기업을 인수하면서 5년 뒤 중국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이 잠식당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 버스를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도 한국보다 공격적"이라며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노경목/사진=신경훈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