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26일 청와대 내부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군인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이 대통령에게 군의 연평도 포격 대응에 대해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지난 60년 동안 군도 평시 체제가 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행정조직 위주로 돼 가고 있어 진급에 신경쓰는 분위기가 강해 정신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또 '확전 논란'과 관련,"국지전이 전 휴전선에 걸친 전면전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지 타격의 강도를 낮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김 내정자의 이런 '군대를 군대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정신이 그를 발탁한 중요한 이유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군에 입문한 이후 40년 가까이 야전 부대와 작전,전략,정책 분야를 두루 거쳤다. 국방 업무에 대해 폭넓은 전문성과 식견을 갖춰 군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점을 이 대통령이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전형적인 무인이라고 평가했다.


군 안팎에선 "힘든 시기에 될 만한 사람이 됐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김 내정자는 육사 28기의 대표주자다. 그를 오래 알고 지낸 군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 안광찬 전 국가비상기획위원장과 함께 이라크 파병 등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업무를 매끄럽게 수행했다"며 "연평도 사태로 인해 미국과의 공조가 더욱 중요한 시기에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형적인 군인상으로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성격이라는 게 그를 겪어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3군사령관 재임 중 평택 미군기지 시위 당시 "되도록 시위대와 충돌하지 말고 경찰에 넘기라"는 국방부 지침에 맞서 실탄 지급 등 강경진압을 주장,강단 있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3년제인 독일 육사에 유학,졸업할 때까지 한 달에 60달러로 버티면서 제대로 된 식당 한번 가보지 못했던 사연은 지금도 동기생들 사이에서 나오는 무용담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막판까지 경합한 영남 출신 이희원 대통령 안보특보를 제치고 호남 출신인 김 내정자를 낙점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당초 유력했던 이 특보가 발탁되지 않은 데 대해 홍 수석은 "국방장관과 국방비서관이 바뀌는데 안보특보까지 교체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유임됐다"고 설명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