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개성공단 통행이 제한되면서 입주 기업들의 경영차질이 가시화되고 있다. 통일부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따르면 25일까지 이틀째 공단 출입 제한으로 생산라인이 멈춘 데다 거래 기업들이 담보를 요구하고,직원 일부는 개성공단 근무를 기피하는 등 어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통일부가 26일에도 통행제한 방침을 밝힘에 따라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이 막힌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북한이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해 4일간 통행을 제한했으며 한국 정부가 공단 진입을 제한한 것은 공단 설립 후 처음이다.

박용만 녹색섬유 사장은 "최근 받은 주문에 대한 작업이 25일 마무리될 예정이었는데 원단과 솜,단추 등 원부자재의 반입이 안되면서 작업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출입이 재개되더라도 남북관계가 크게 악화되다 보니 천안함 사태 때처럼 체류 인원이 축소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조응호 뷔에세 사장은 "원단,자수 등 부자재를 가지고 직원 2명이 하루에 한 번씩 왔다갔다 하는데 이틀째 못들어가다 보니 생산라인을 일부 세웠다"며 "주요 원재료는 현지 창고에 물량이 있지만 부자재는 남한에서 들여보내는 시스템이라 통행제한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주 기업들은 거래처와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거래 업체들이 평소와는 달리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문량 감소나 거래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입주 업체 대표는 "연평도 포격 이후 4곳의 해외 거래 업체에서 모두 연락이 왔다"며 "일부업체는 납품차질이 발생할 경우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계약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 기업은 "거래 업체들로부터 리스크 손실에 따른 담보 등을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몇몇 기업 대표들은 직원 가족들로부터 '개성공단 체류 인원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연락을 받고 난감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중에도 체류를 기피하는 등 동요를 보이고 있다.

입주 기업 대표들은 앞서 지난 24일 서울 서소문동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통일부 관계자들과 논의를 가졌지만 뽀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개성공단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8년 이후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대북전단 살포,북한 핵실험,현대아산 직원 억류,천안함 사태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성공단이 흔들리다 보니 입주 기업들은 "이제는 괜히 개성공단에 입주했다는 회의감마저 든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후발 입주 업체들은 남북간 기숙사 건립협의 난항으로 인력난까지 겪어왔다. 한 입주 기업 대표는 "물건이 들어오고 사람이 드나드는 것은 보장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데 정부가 아무 대책 없이 출입을 금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