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유령이 엄습하던 2008년에 대중은 자기치유에 천착했고,작년에는 소통을 꿈꾸었다. 올해에는 근본을 찾으며 스스로 구원받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가 발행하는 격주간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가 이 같은 설명과 함께 올해 출판계의 흐름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기구원'을 선정했다. 심각한 청년 실업과 청소년 자살률,정치권력의 부패와 무능,계층 간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등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분노한 대중이 책을 통해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가늠하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한기호 소장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가 출간 6개월 만에 60만부 이상 팔리며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23개 코드로 설명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출간 즉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도 마찬가지다.

한 소장은 《김대중 자서전》(삼인)과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돌베개)에 대한 뜨거운 반응,법정 스님 입적 직후 한동안 《아름다운 마무리》(문학의숲) 등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휩쓴 일,'하우스 푸어'라는 신개념의 등장,20대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파헤친 책들의 대거 등장 등도 자기구원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기획회의는 '자기구원'과 함께 △《정의란 무엇인가》 돌풍 △자기계발서의 몰락 △20대 당사자 담론 활발 △입적한 법정 스님의 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법정 파동 △소셜 네트워크와 책의 결합 △전자책의 충격 △중국에 대한 주목 △온라인 서점 간 경쟁 격화 △《엄마를 부탁해》 해외판권 수출 등을 올해 출판계의10대 키워드로 뽑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