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아버지로 몰렸던 40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2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지난 3월 비행행위 신고로 지구대에 인계된 구모(14)양은 경찰이 보호자의 연락처를 계속해서 추궁하자 자신이 귀가할 수 없는 이유를 털어놨다.

아버지로부터 수년 전부터 잦은 폭행에 시달리고 있으며, 최근엔 집에서 아버지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것이었다.

이어진 경찰 수사에서 구양은 아버지가 강간을 시도했던 정황을 생생하게 진술했고, 결국 구모(42)씨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 등으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부는 구양에게서 일반적인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구양은 성폭행 사실을 진술하며 괴로워하는 등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장난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다.

경찰관에게 배가 고프니 어서 조사를 마치고 밥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는가 하면 밥을 같이 얻어먹으려고 남자친구를 경찰서로 불러내기까지 했다.

객관적 정황에 부합되지 않는 구양의 진술도 속속 드러났다.

작년 12월 안산에 있는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진술과 달리 구양 가족이 안산으로 이사한 시점은 올해 1월 중순이었다.

무엇보다 구양이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 거짓말을 했다'며 자신의 진술을 뒤집은 점이 재판부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구양은 `가출 후 집에 돌아가기 싫고, 아버지에게 많이 혼났던 일도 분하고 해 허위 진술을 했다'며 피해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결국 1심 재판부는 `구양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진술했다'며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항소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성낙송 부장판사)는 "중학교 2학년에 불과한 구양이 단순히 집에 돌아가기 싫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이야기를 그토록 생생하게 지어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구씨의 범행에 의심을 넘는 정도의 입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