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웃도어 업체인 라푸마그룹이 중국에 첫발을 내디딘 건 2002년이었다. 중국의 소득 수준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아웃도어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라푸마그룹은 중국시장을 제대로 파고들지 못했다. 중국의 아웃도어 수요는 산이 많고 날도 추운 북쪽 지역에 있었지만,매장을 상하이 등 남쪽에만 집중적으로 냈다. 라푸마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차별화된 전략도 없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8년 동안 개점한 매장은 20여개에 불과했고,연간 매출은 60억원에 그쳤다. 반면 LG패션이 라푸마그룹으로부터 브랜드를 사들여 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독자적으로 전개한 한국에선 들어온 지 5년 만인 올해 매출 150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필립 조파드 라푸마그룹 회장이 지난해 여름 구본걸 LG패션 사장에게 "중국시장을 함께 개척해보자"고 SOS를 친 이유다.

LG패션이 중국 아웃도어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이 회사는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에서 라푸마그룹과 중국 합작법인인 '라푸마차이나' 설립 조인식을 갖고,중국 아웃도어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자본금 50억원으로 출발한 라푸마차이나 지분율은 LG패션 51%,라푸마 본사 49%다. 대표이사(나상진 법인장)를 비롯한 주요 인력도 LG 출신으로 채웠다. LG패션이 제품 기획과 생산 영업 등 경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책임지고,라푸마 본사는 디자인 등을 통해 외곽에서 지원하는 구조다.

조인식에 참석한 조파드 회장은 "라푸마를 한국에서 크게 키웠을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헤지스 TNGT 마에스트로 등)를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론칭시킨 LG패션에 좋은 해법이 있을 걸로 판단해 합작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라푸마의 80년 역사상 LG패션과 함께 한 5년 만큼 끈끈한 파트너십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라푸마차이나는 프랑스 브랜드지만 사실상 LG패션의 회사나 마찬가지"라며 "한국에서의 성공체험을 토대로 라푸마차이나 매출을 5년 내 2000억원까지 끌어올려 중국 내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LG패션은 이를 위해 그동안 중국 내 라푸마의 '실패 방정식'을 모두 걷어내고,새롭게 출발하기로 했다. 라푸마의 이미지를 '최고급 브랜드'로 바꾸기 위해 매장을 현지 유력 백화점에 직영점 위주로 낼 계획이다. 베이징 등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내년에 매장을 30개가량 낸 뒤 2015년까지 200여개로 늘리기로 했다. 가격도 관세 등을 고려해 국내보다 20~30% 비싸게 받을 방침이다.

일단 내년 봄 · 여름 시즌부터 국내에서 인기를 끈 패션아이템을 위주로 출시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라푸마가 '컬러풀 아웃도어 시대'를 열었듯이 빨강 초록 파랑 등 화려한 색상의 제품을 내놓아 밋밋한 컬러가 주류인 경쟁업체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중국 여성고객을 집중 공략,30% 선인 여성고객 비중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LG패션은 기존 라푸마 제품으로 중국시장에 안착시킨 뒤 순차적으로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현지에서 직접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나상진 라푸마차이나 대표는 "중국 아웃도어 시장은 올해 1조2000억원에서 2015년께 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중국 아웃도어 시장의 높은 성장성과 라푸마의 브랜드 파워 및 LG패션의 브랜드 운영 노하우가 결합되면 2015년 2000억원 매출 목표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