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이번엔 몇등했나요? 뭐요? 뭐라고요? 2등...!"

16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역도 63㎏급에서 은메달을 딴 김수경(25.제주도청)은 현역 국가대표 가운데 가장 오랜 경력을 지닌 최고참이지만 메달 복이 지독히도 없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줄곧 태릉선수촌 생활을 했지만 최근까지 메이저 대회의 메달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 9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인상 동메달을 따 메달 갈증을 겨우 씻었다.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계속 정상급에서 맴돌았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메달권에 무난히 진입할 것으로 평가를 받았으나 아쉽게 4위로 밀렸다.

김수경은 그래서 그런지 순위에 매달리지 않고 아예 달관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도 경기를 모두 끝내고 대기하다가 경쟁자의 경기가 끝나 순위가 확정되자 김기웅 여자 담당 감독에게 "저 몇 등했나요?"라고 태연하게 물을 정도였다.

김수경은 "인상과 용상 6차례 시기를 모두 실수없이 해냈다는 데 만족하고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는 게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김수경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등 두 대회 연속으로 메달을 땄다는 데 대해 코치진은 이제 김수경의 노련미가 빛을 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상과 용상 6차례 시기를 전혀 흔들리지 않고 성공했다는 점과 인상에서 한국 타이기록, 용상과 합계에서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사실에서 노련미가 드러난다는 것.
김기웅 여자 역도 감독은 "그간에 정말 복이 없었는데 이제야 쏟아온 노력의 결실을 보는 것 같다"며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도 도전할 선수라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는 게 흡족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여자 역도 63㎏급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세계 정상급이라서 김수경의 은메달은 다른 체급보다 가치가 더 크다.

김수경을 1㎏ 차로 따돌리고 힘겹게 우승한 메이야 마네사(카자흐스탄)는 올해 세계선수권자이자 세계기록 보유자다.

(광저우=연합뉴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