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거세지면 선수들 각성

홍명보 한국 축구 아시안게임 감독은 15일 "중국 관중의 응원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경기력 자체도 그렇고 결과도 최고였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15일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한 뒤 "어려운 환경에서 승리한 게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기 전에 많은 중국 관중이 찾아와 선수들이 지원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에서는 중국 관중이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으며 경기 전부터 일방적인 응원전이 펼쳐졌다.

한국 응원단은 한쪽 구석에 수백 명이 모여 비교적 조용하게 `대∼한민국'을 외쳤다.

중국 응원단은 자국 선수들이 공격에 나설 때나 득점기회를 만들려는 패스가 발끝을 떠날 때마다 갑자기 함성을 높였다.

홍 감독은 "사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응원과 관련해 선수들에게 주문한 것이 있었다"며 "함성이 높아질 때는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이용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전반에 한 골이 터지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오늘 사실 승부차기 연습까지도 하고 나왔다"며 "하지만 전반에 골이 터지면서 비교적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대표팀을 갖고 논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 뒤 "다만 우리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경기를 지배하라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8강 이후의 경기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선수들의 체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이 그렇게 많이 지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젊어서 신체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3일을 쉬면서 4경기를 한 것은 걱정이 되고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의 경기 외적인 의미를 묻는 말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만날 수도 있는 중국 선수들이라서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풀타임을 뛴 박주영(AS모나코)에 대해서는 "경기장 안팎에서 박주영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처럼 중요한 경기에 득점까지 해준 것은 그 선수의 능력을 입증한 것"이라며 "박주영이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수들과 잘 어우러졌고 팀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잘해줬다"고 말했다.

(광저우=연합뉴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