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니저 변경 공시 4천8건…작년 전체 건수 추월

올해 들어 자산운용사의 펀드 매니저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대표 펀드들의 펀드 매니저마저 잇따라 교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펀드 매니저의 교체가 단기적으로는 펀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운영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보유 펀드의 펀드 매니저가 자주 교체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펀드 매니저 변경 공시 건수는 4천8건(신규 및 말소 합계)으로, 지난해 전체 변경 건수인 3천130건을 이미 넘어섰다.

월별로는 3월 결산법인인 자산운용사들이 결산과 성과급 지급을 마치고 계약을 새로 하는 '이동철'인 4월 785건을 정점으로 5월 325건, 6월 146건 등으로 점차 감소하다가 7월 373건, 8월 569건, 9월 387건, 지난달에는 657건으로 늘었다.

이처럼 금년 들어 펀드 매니저들이 대거 이동한 것은 올해 증권업계의 '신시장'으로 급성장한 자문형랩과 무관치 않다.

과거에는 투자자문사가 '구멍가게'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인지도가 높아진 데다 운용사보다 투자종목 선정이나 운용방식이 자유롭고 보수에서도 많게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펀드 매니저들이 속속 자문사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또 최근 업종·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전개되면서 펀드 운용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자산운용사들이 단기성과 부진 등을 이유로 펀드 매니저를 수시로 교체해 변경 건수가 증가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에는 각 운용사 간판 펀드들의 펀드 매니저마저 바뀌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 4일 '메리메리츠 행복키우기증권투자신탁1호'의 펀드 매니저가 채홍국씨에서 박순엽씨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의 '칸서스하베스트적립식1호'도 지난달 20일 공형준씨에서 최재혁씨로 펀드 매니저가 변경됐다.

대표적인 공모 채권형 펀드인 '교보악사투모로우장기우량K-1호(채권)'도 지난달 11일 조영삼씨에서 차상용씨로 펀드 매니저가 바뀌었다.

펀드 매니저가 자주 교체되면 펀드 고유의 운용철학과 전략을 유지하기 힘들다.

또한, 펀드 매니저의 잦은 이동은 매매 회전율 증가로 이어져 수수료가 늘어나고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한 펀드 매니저는 "펀드 매니저들은 운용 스타일이 다 제각각이므로 매니저가 교체되면 펀드도 같이 달라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 매니저를 자주 교체하는 운용사는 펀드 수익률이 좋을 리 없다.

따라서 펀드 매니저 교체 건수만 잘 살펴봐도 우량한 펀드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펀드매니저 교체가 없었던 펀드와 11~15회에 걸쳐 매니저가 교체된 펀드 간 3년 누적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수익률 격차가 4.2%포인트에 달했다.

매니저 교체가 없었던 펀드 184개 펀드는 평균 수익률이 32.4%로 나타나지만, 11~15회 교체가 있었던 펀드 32개의 평균 수익률은 28.2%에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