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B20)이 10일 주요 참석 최고경영자(CEO)들의 미디어 인터뷰와 환영리셉션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34개국 120명의 글로벌 기업 CEO들은 11일까지 G20 정상 및 재무장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구본무 LG 회장,최태원 SK 회장,정준양 포스코 회장,신동빈 롯데 부회장,김승연 한화 회장,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도 이날 환영리셉션과 만찬 행사에 총출동,해외 기업 CEO들과 만났다. 개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11일 개막총회에 참석한다.

◆글로벌 CEO들 환영만찬에서 한자리

행사장인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는 아침부터 디틀레프 엥겔 베스타스 윈드시스템 회장과 마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 등 CEO들과 수행원,취재기자 등 700여명이 몰려 열기를 뿜어냈다.

이날 첫 번째 미디어 인터뷰를 가진 아르헨티나 최대 상업은행 방코 히포테카리오의 에두아르도 앨츠타인 회장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B20 행사이지만 가장 훌륭하고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환영리셉션에는 CEO들과 배우자,국내 경제단체장 등 재계 관계자,외교 사절단,재외공관장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8월 이후 3개여월간 12개 소주제별 작업반 활동을 통해 보고서 초안을 만든 120명의 CEO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행사였다.

◆"옷 고름 단정히 매고 손님맞이"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손경식 B20 공동 조직위원장,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등 환영리셉션 호스트들은 모두 녹색 넥타이를 매고 참석자들을 맞았다.

B20 조직위 관계자는 "우리 옛 조상들처럼 옷고름(tie)을 단정히 매고 주인으로서 손님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푸른 서울(green seoul)에 온 것을 환영하며,전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환경보호와 청정에너지(green energy),화합과 공조의 그린 서밋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리셉션 참석자들은 한국인 와인개발자 박재화씨가 일본인 남편과 만든 샴페인 '천지인 크레망'과 핑거푸드 등 간단한 식전 음식을 들며 자유롭게 담소를 나눴다. 행사장 입구 옆에 미디어 월(media wall)은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통해 한국을 상징하는 건축물과 풍경을 화려하게 연출,눈길을 끌었다.

일부 CEO들은 미디어 월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미디어 월 옆에 마련된 LCD에서는 참석자 120명 전원의 캐리커처가 천천히 돌아가면서 상영돼 참석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즐거워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미디어 아트 작가 엘코 블랑이 제작한 '새로운 날(A New Day)'이란 제목의 영상이 상영되며 분위기를 띄웠다.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 회장이 12명의 컨비너를 대표해 "전세계의 번영을 위해(for global prosperity)"라고 건배사를 하자 참석자들이 모두 박수치며 따라 외쳤다.

◆정몽구 회장 “현대건설 인수에 최선”

환영리셉션 이후 이어진 만찬에서는 참석자들이 40개 라운드 테이블에 나눠앉아 한우등심구이 등 5개 코스로 구성된 한식 퓨전요리를 즐겼다. 사공 위원장은 건배사에서 "이번 행사가 달라진 세계 경제 패러다임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40개 만찬 테이블은 12개 소주제 작업반별 인원과 지역 안배를 고려해 자리가 배치됐다. 정몽구 회장은 요네쿠라 히로마사 일본 게이단롄 회장 및 빅터 펑 리앤드펑 그룹 회장과,구본무 회장은 사공 위원장과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총재와 자리를 함께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마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과,최태원 SK 회장 및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안토니오 브루파오 렙솔 회장과 한 테이블에 자리했다.

구본무 회장은 "B20 행사가 신사업 구상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부회장은 "좋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수 · 합병(M&A)에 나설 것"이라며 "인도와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지역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전과 관련한 질문에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국내외 언론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행사장에 마련된 미디어센터에는 내외신 기자 400여명이 몰렸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주변에는 18개 중대 1800여명의 군경이 배치돼 혹시 모를 테러와 기습시위에 대비하며 삼엄한 경계를 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