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강행 의지 속 연기 가능성도
폭력·후보 간 이전투구, 선거 공정성 우려

올 1월 지진 참사로 폐허가 된 중미 최빈국 아이티에서 콜레라 창궐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면서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7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초 발생한 콜레라로 숨진 사람은 이날까지 30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감염자는 4천명을 넘어섰다.

콜레라 피해가 대부분 아르티보니트 등 중북부 지역에 집중돼 있지만 질병 확산위험은 이재민 임시 캠프가 있는 수도 포르토 프랭스와 인접국 도미니카 공화국까지 뻗치면서 아이티 전역을 콜레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아이티 선거위원회는 11월 28일로 예정된 대통령, 의회선거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대선 후보는 현 상황이 국가 위기로 치달을 경우 선거가 미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후보 간 과열 경쟁과 폭력, 정치 불신이 팽배하면서 선거 공정성도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대선 무대에 19명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현 정권과 전 정권, 반대파 인사들이 뒤섞여 목소리를 내면서 혼탁, 부정선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르네 프레발 대통령은 집권당 소속 후보 지원 등 선거 개입 비판이 일자 이를 일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보중 압도적인 지지층을 형성한 인사가 없는 가운데 지진 참사 뒤 붕괴된 치안을 틈타 마약밀매에 나선 범죄 조직들의 검은 자금이 선거판에 유입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무장 괴한들의 활동도 눈에 띄게 늘어난 상황이다.

25일에는 대선 유세현장으로 가는 취재진을 태운 버스가 괴한들의 공격을 받아 운전사가 숨지고 취재진 일부가 괴한들에게 금품을 빼앗기기도 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은 "선거가 실패하면, 국가의 안정이 고통받고, 경제가 필요로하는 투자가 말라버릴 것이며, 인도주의적 위기가 깊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지적했다.

아이티에 1만2천명의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유엔(UN)은 선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며 선거는 미주기구(OAS)와 그 외 다른 단체에 의해 감시받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폭력에 대한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내달 28일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차기 대통령을 비롯, 하원의원 99명과 상원의원 11명을 뽑을 예정으로 이들은 국제사회가 원조한 100억달러 규모의 국가 재건비용을 집행하며 향후 5년간 아이티의 운명을 책임지게 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