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운수사업법 늑장 개정에 여성승객 불안지속

여성승객을 추행해 복역한 40대 택시기사가 출소 후에도 택시를 몰며 반복적으로 성추행하고 수시로 교도소를 들락거린 사실이 드러나 운전사 자격제도의 허점이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안모(43) 씨는 20대 초반에 강제추행을 하다 피해자를 다치게 해 재판에 넘겨졌는데 당시 법원은 안씨에게 행동에 유의하라고 훈계하면서 징역형을 선고하되 실형은 면하게 해줬다.

법원의 선처 때문인지 그는 한동안 잠잠하게 생활했으나 30대 중반을 넘기면서 택시 기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 다시 못된 버릇을 이어갔다.

2004년 초 그는 강제추행으로 구속됐다가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해 풀려나는 등 위기를 겨우 넘겼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같은 해 안씨는 여자 승객의 손에 입을 맞추거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세 차례의 범행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은 안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자유의 박탈도 안씨의 거친 행동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후에도 별 제약 없이 계속 택시를 운전했으며 술에 취해 잠든 여성의 치마를 걷어올리는 등 과감한 행동을 하다 꼼짝없이 걸렸다.

안씨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니 신고하지 마라'고 애원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깨우려고 했다'고 주장하는 등 옥살이를 피하려 발버둥쳤지만 결국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짧지 않은 기간을 복역하고 출소한 그가 선택한 일은 또다시 택시 운전.

교도소 생활을 까맣게 잊어버린듯 안씨는 두 차례에 걸쳐 승객을 추행했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았지만,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해 처벌을 면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을 모면한 안씨는 올해 5월에는 택시에 여성 승객 두 명을 태우고 가며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거나 종아리를 만지는 등 추행을 반복하다 고소당했다.

검찰은 추행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했는지 벌금형을 선고해달라며 안씨를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직권으로 그를 정식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동규 판사는 최근 "전과와 전력에 비춰보면 그 경향성이 극히 위험한 수준에 이르러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안씨를 구속하도록 했다.

현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살인이나 강도, 특수강간 등의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2년이 지나면 다시 택시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안씨와 같은 사례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이를 막고자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피고인이 영원히 택시 운전사로 취업할 수 없게 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당초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여성 승객들의 불안은 그치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8일 "앞서 입법예고 한 개정안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의견이 있어 성폭력 범죄자는 20년간, 택시를 이용한 성폭력 범죄자는 영구히 택시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안의 입법예고를 최근 마쳤다"며 "가급적 신속하게 나머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