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조 전임자 70여명에게 지급할 임금을 노조비 인상으로 해결하려 한 노조집행부가 노조원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조합원 총회에서 인상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기아차 집행부는 21일 조합비 인상을 위한 규약변경건을 조합원총회에서 묻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노조비 이외에 매달 1만4200원을 추가로 걷기로 한 지난 8일 임시대의원대회의 결정은 무효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아차 노조의 이 같은 결정은 조합비 인상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집행부는 현장조직과 조합원들의 반발에도 불구,지난 8일 대의원대회의 결정이 유효하다며 이를 바꿀 의사가 없다며 기존안을 고수했다. 그러자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기아차노조 현장조직 중의 하나인 온건노선의 전민투(기아차 전조합원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소속 대의원은 지난 15일 수원지법에 대의원대회 결정 무효확인청구소송까지 냈다. 대의원들은 무급 노조전임자의 임금 보전을 위해 조합비 인상을 결정한 대의원대회 결의는 규정과 절차가 무시된 결정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난 19일에는 또 다른 현장조직인 기노련(기아노동자연대)이 조합비인상건을 다시 결정하기 위한 조합원총회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는 등 현장의 반 집행부 정서가 확산됐다.

조합원들의 반대 움직임이 예상 외로 커지면서 대의원대회의 결정이 옳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노조 입장도 약화됐다. 박홍귀 전민투 대표는 "노조가 조합원들의 정서를 의식하지 않고 대의원대회의 잘못된 결정을 그대로 밀어붙인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주 초부터 노조집행부도 조합원 정서를 제대로 읽기 시작해 지난 19일쯤부터 조합원총회를 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9일 노조지부장과 지회장 5명이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조합원총회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미 게임은 끝난 상태"라며 "노조집행부가 그동안 대의원대회 결정이 옳다고 우기다가 결국은 소송을 제기하자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송성호 노조부지부장은 "조합비 인상건과 관련해 현장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은 데다 내년도 복수노조 시행과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해 내달 중순께 조합원총회를 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