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만 방위사업청장과의 인터뷰는 21일 서울 용산동 방위사업청 내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해병대 출신답게 인터뷰 내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방위산업 활성화 방안을 쏟아냈다.

▼국내 방산업계의 수준과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이지스함 등 첨단 무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은 확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 방산 수출액은 미미한 실정이죠.지난해 방산 분야 수출액은 11억7000만달러로,국가 전체 수출액의 0.3%에 그칩니다. 세계 100대 방산 업체 중에는 삼성테크윈 LIG넥스원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삼성탈레스 정도만 간신히 꼽힐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 방산기업이 92개인데 이 중 대기업으로 꼽을 수 있는 곳도 20여개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영세한 중소기업 수준이죠."

▼그렇다면 방산업체 대형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있습니까.

"무기체계 부문별로 기능을 수직 통합할 수 있는 인수 · 합병(M&A)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전차,장갑차,자주포 등을 여러 기업들이 나눠 생산하고 있는데 이를 한 기업에서 만드는 게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산업체들의 대형화를 위해 정부가 기업 간 M&A를 주도하기는 곤란하죠.따라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은 정부 차원의 방산업체 대형화 유도 정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선 방산업체 간 M&A가 진행되면 일부 소요비용에 대한 세제 및 자금 지원을 추진하기 위해 타 부처들과 협의할 계획입니다. 방산업체들이 사업조정을 위해 유휴시설 및 공장을 매각하면 일부 자구노력 비용도 보전해주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향후 차등 원가보상 제도 등을 도입해 경쟁력 있는 업체에 발주 물량을 몰아주는 방안도 도입할 방침입니다. "

▼올해 방산 수출 목표가 15억달러인데,올 전망과 내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올해는 무기 구매국들의 내부 사정으로 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어 예상했던 수출 목표보다 낮은 11억~13억달러가량의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적극적인 군사 외교와 맞춤형 마케팅 등을 통해 수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방산 수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책이 궁금합니다.

"내년까지 군 주도의 독자적 방산 수출 전담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방산업계만의 KOTRA나 무역협회' 같은 조직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국방부 등과 협의해 군 주도 아래 유관 부처,민간 기업,학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독자적인 수출 전담기구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방산 선진국인 영국이나 프랑스 등은 이미 이 같은 전담기구를 도입,운영 중입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주재 관련 회의에서 작년 말 KOTRA 내에 설립한 방산물자 교역지원센터를 확대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부족합니다. 독자적인 방산 수출 전담기구가 출범해야 무기체계 관련 정보 제공,판로 개척,재정 지원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습니다. 향후 출연 연구기관 설립 및 방산 수출 지원펀드 조성 등도 중 · 장기적으로 검토할 방침입니다. "

▼KAI의 T-50 수출 성사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초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올해 싱가포르 수출협상까지 무산되면서 다소 우려가 제기된 게 사실입니다. 방사청과 KAI는 새롭게 인도네시아와 폴란드에 T-50을 수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엔 최근 중국,이탈리아가 탈락하고 한국이 러시아,체코 등과 함께 마지막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폴란드에선 현재 입찰제안서를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

▼장갑차 침수 및 고속함 논란 등 최근 국내 무기체계 결함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K-21 장갑차는 작년 말부터 납품된 이후 두 번에 걸쳐 침수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차기 고속함은 국산 워터제트 추진기를 탑재하면서 직진 안정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 · 학 · 연 전문가 기술자문단을 구성해 개선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

▼우리 군과 민간 기업들이 집중할 무기체계 개발 분야는 무엇입니까.

"특수한 안보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감시정찰,정밀타격,지휘통제 등 전략 무기체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전에 필요한 무기체계의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해외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중 · 장기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앞으로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통합사업관리팀(IPT) 인력을 정예화하고 국방과학연구소(ADD) 인력을 대거 흡수해 전문성을 크게 높일 계획입니다. 향후 사업 및 원가 관리,기술 교육 등을 강화해 '세계적 획득전문기관'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

장창민/구동회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