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환율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미국은 환율전쟁의 '주적'을 중국으로 좁히고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손잡아 위안화 절상을 이끌어내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의 환율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0일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정책에 대한 기준이 논의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공정한 외환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인된 기준이 없다"며 "주요국들이 외환정책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달러화가 유로화나 엔화에 대해 더 이상 하락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은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조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이트너의 이 같은 언급은 EU와 일본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U도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가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U 지도자들은 오는 28~29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결의문 초안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 문제에 각국은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한 뒤 "불균형의 주범은 중국"이라고 적시했다.

반면 중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가 주요 이슈가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추톈카이 중국 외교부 차관은 "G20 정상회의는 세계 경제의 회복에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자리"라며 "특정 국가의 통화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면 주요 국제 통화에 대한 논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달러화의 평가절하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환율전쟁 당사자들 간에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으면서 G20 정상회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들이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G20은 부채 국가와 신용제공국으로 쪼개져 응집력이 약화됐다"며 "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한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