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M&A는 기업진화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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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시너지 통한 경쟁력 제고 절실
시너지 통한 경쟁력 제고 절실
기업도 고유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 태어나서 자라고 짝짓기도 하면서 다음 세대를 만들어 간다. 또 기업들은 부가가치를 형성하는 가치사슬로 엮여 있다. 기업 생태계의 진화는 세포(사업)의 성장과 발전,더 좋고 많은 열매(부가가치)를 맺기 위한 가치사슬 내 수분(受粉)활동,그리고 짝짓기를 통해 이뤄진다. 이 중 짝짓기는 미래 사업준비를 위한 인수 · 합병(M&A)으로 나타난다.
우리 산업계에도 지금부터 인수 · 합병의 전성기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가 성숙단계로 접어들어 성장률이 둔화되면 기업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이 때 기업들은 인수 · 합병을 통해 미래 성장의 에너지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 합병은 곧잘 약이 되기보다는 사회적 독이 되기도 한다. 인수 · 합병 후 경영이 부실해져 공적자금이 새로 투입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과거 대우그룹과 쌍용자동차 등은 M&A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조만간 새주인 찾기가 시도될 우리금융 한국우주항공산업(KAI)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등도 M&A 실패 사례에 추가되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크다.
우선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는 인수 · 합병이 추진돼서는 안된다. 무리한 외부 차입에 의존해 M&A를 추진할 경우 인수 · 합병은 기업 진화의 디딤돌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 된다. 지난날 대우그룹 인수 · 합병의 피해를 생각해봐도 그렇고,얼마 전 대우건설 매각에서도 이런 문제가 반복됐다. 인수 · 합병을 위해 해외의 재무적 투자자와 맺은 무리한 컨소시엄 약정이 잘나가던 그룹을 어떻게 위기로 몰아넣는지도 우리는 앞서 목격했다. 인수 · 합병은 현금흐름의 범위 내에서 기업생태계 진화의 한 과정으로 추진돼야 한다. 몸집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미래성장의 동력을 만들어가는 기제로 진행되는 게 중요하다.
둘째,인수 · 합병은 조직적 결합 그 자체보다는 향후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지도록 처음부터 관리돼야 한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한 LH공사는 통합 이전 단계에서 서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끝에 현재 부채가 118조원에 달한다. 이자비용으로 매일 100억원을 쏟아붓고 있을 정도다.
셋째,인수 · 합병 후 지배구조의 건강성을 주시해야 한다. 인수 · 합병은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가 지배구조의 회색지대에서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먹튀 논란 속에 국가 경제 차원에서 큰 손해를 끼쳤다. 기업이 상대하는 시장이란 늘 구조조정의 용광로와 같다. 시장은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을 구분하는 '마술'을 가지고 있다. 자연에 만유인력의 법칙이 있듯이 시장엔 보이지 않는 손의 법칙도 있다. 기업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면 시장에서 장기간 살아남아야 한다. 인수 · 합병은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경쟁력 관점에서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한 수단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인수 · 합병은 기업 진화의 원천이 돼야 한다. 인수 · 합병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어야만 기업에도,국가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인수 · 합병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높일 필요가 있다. 타조는 매우 빠르지만 자기 키의 높이밖에 보지 못한다. 타조의 시각보다는 높이 나는 새의 시각에서 그린 조감도가 필요하다. 통합 5년 후의 조감도를 보고 인수 · 합병의 답을 찾아야 한다.
경제 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단절적 경제가 아닌 선순환적 경제가 돼야 한다. 인수 · 합병이 기업들의 수렵 행위가 아니라,기업 경작의 출발점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때다.
김기찬 < 가톨릭대교수·경영학 >
우리 산업계에도 지금부터 인수 · 합병의 전성기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가 성숙단계로 접어들어 성장률이 둔화되면 기업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이 때 기업들은 인수 · 합병을 통해 미래 성장의 에너지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 합병은 곧잘 약이 되기보다는 사회적 독이 되기도 한다. 인수 · 합병 후 경영이 부실해져 공적자금이 새로 투입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과거 대우그룹과 쌍용자동차 등은 M&A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조만간 새주인 찾기가 시도될 우리금융 한국우주항공산업(KAI)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등도 M&A 실패 사례에 추가되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크다.
우선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는 인수 · 합병이 추진돼서는 안된다. 무리한 외부 차입에 의존해 M&A를 추진할 경우 인수 · 합병은 기업 진화의 디딤돌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 된다. 지난날 대우그룹 인수 · 합병의 피해를 생각해봐도 그렇고,얼마 전 대우건설 매각에서도 이런 문제가 반복됐다. 인수 · 합병을 위해 해외의 재무적 투자자와 맺은 무리한 컨소시엄 약정이 잘나가던 그룹을 어떻게 위기로 몰아넣는지도 우리는 앞서 목격했다. 인수 · 합병은 현금흐름의 범위 내에서 기업생태계 진화의 한 과정으로 추진돼야 한다. 몸집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미래성장의 동력을 만들어가는 기제로 진행되는 게 중요하다.
둘째,인수 · 합병은 조직적 결합 그 자체보다는 향후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지도록 처음부터 관리돼야 한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한 LH공사는 통합 이전 단계에서 서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끝에 현재 부채가 118조원에 달한다. 이자비용으로 매일 100억원을 쏟아붓고 있을 정도다.
셋째,인수 · 합병 후 지배구조의 건강성을 주시해야 한다. 인수 · 합병은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가 지배구조의 회색지대에서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먹튀 논란 속에 국가 경제 차원에서 큰 손해를 끼쳤다. 기업이 상대하는 시장이란 늘 구조조정의 용광로와 같다. 시장은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을 구분하는 '마술'을 가지고 있다. 자연에 만유인력의 법칙이 있듯이 시장엔 보이지 않는 손의 법칙도 있다. 기업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면 시장에서 장기간 살아남아야 한다. 인수 · 합병은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경쟁력 관점에서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한 수단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인수 · 합병은 기업 진화의 원천이 돼야 한다. 인수 · 합병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어야만 기업에도,국가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인수 · 합병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높일 필요가 있다. 타조는 매우 빠르지만 자기 키의 높이밖에 보지 못한다. 타조의 시각보다는 높이 나는 새의 시각에서 그린 조감도가 필요하다. 통합 5년 후의 조감도를 보고 인수 · 합병의 답을 찾아야 한다.
경제 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단절적 경제가 아닌 선순환적 경제가 돼야 한다. 인수 · 합병이 기업들의 수렵 행위가 아니라,기업 경작의 출발점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때다.
김기찬 < 가톨릭대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