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멈췄다. 반면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과 증권사 랩어카운트가 증가하는 등 위험자산 투자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은행의 총수신이 1041조3000억원으로 8월 말보다 3조3000억원 감소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은행 총수신은 8월에도 3조5000억원 줄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은행 총수신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문제가 불거진 지난 4월 이후 계속 증가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지면서 정기예금이 급증했다. 정기예금은 5월 12조4000억원,6월 8조4000억원,7월 12조4000억원 등 석 달 동안 33조2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8월 들어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고 은행이 예금 금리를 인하하면서 정기예금 증가세는 크게 둔화됐다. 한은 관계자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 초중반에 그쳐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자금이 더 이상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와 주식형펀드 등에서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지난달 MMF에선 2조원이 빠져나갔으며 주식형펀드에선 3조5000억원이 인출됐다.

반면 주식 직접투자와 증권사의 랩 등으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8월엔 9626억원 감소했지만 지난달엔 1조1339억원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11일까지 7552억원 늘어 잔액이 14조5705억원에 이른다.

증권사 랩어카운트의 계약액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6월 말 증권사 랩 계약액은 17조3000억원이었지만 8월 말 29조6900억원으로 13조원 가까이 늘었다. 증권업계에선 지난달 말 증권사 랩이 30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주가가 올라 주식형펀드에서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들이 차라리 직접투자를 하거나 증권사에다 맡겨 보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21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조3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1조7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8월엔 3000억원 감소했었다. 금융당국이 8월 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한은 관계자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고 중도금 대출이 증가하면서 집단대출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역시 경기 상승에 힘입어 증가 규모가 8월의 3000억원에서 지난달 2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8월과 비교하면 대기업 대출은 2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중소기업 대출은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