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일반공모, 3자 배정) 발표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갈 곳 없는 여웃돈을 끌어들이려는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0곳(KC코트렐 녹십자 현대피앤씨 등), 코스닥시장에서 31곳(대국 케이에스피 M&M 폴리비전 등) 등 모두 41곳(최종 공시일 기준)이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달 들어서도 코오롱인더스프리 등 유가증권시장에서 7곳이, 8개 코스닥업체가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다.

두 달 전인 8월(유가증권시장 6곳, 코스닥시장 28곳)에만 해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6곳 만이 유상증자를 시도할 정도로 증자일정이 빠듯하지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몇 달 새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불거져 나온 7~8월부터 떨어지는 예금금리에다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을 노리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선진국들의 잇단 경기부양책 등으로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증시를 끌어올리면서 투자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설명. 일반공모와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당시 주가 대비 10%에서 최대 30%까지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갈수록 자금유동성이 시중에 쏟아지고 있는 반면 국내외 경기지표 호전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실적개선세도 둔화되고 있다"며 "이에 일부 상장업체들이 고무된 시장분위기에 편승해 서둘러 증자일정을 짜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장사들의 유상증자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재 주가보다 싼 가격에 발행된 신주가 나중에 상장되는 만큼 주식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 투자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