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올해 미국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지급하는 보수액이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WSJ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은행과 증권회사,헤지펀드,투자은행,자산운용 업체 등 35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이들 업체가 보수로 총 1440억달러를 지급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전했다.지난해 지급된 1390억달러보다 4%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조사대상 업체 중 올해 보수 지급액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업체는 26개사로 집계됐다.이들 업체의 매출은 4480억달러로 작년 4330억달러보다 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으며 조사 대상 가운데 29개사의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금융회사는 올 매출의 32.1%를 직원들에 대한 보수로 지급하게 되는 셈이다.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07년의 36%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들 업체의 올해 수익은 613억달러로 추산돼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급감했던 수준보다는 늘어나지만 2006년의 820억달러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조사됐다.씨티그룹의 경우 올 매출이 4%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수는 약 8%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매출이 391억달러로 작년보다 13.5% 감소하지만 보수액은 168억달러로 3.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조사 결과는 금융위기 발발 이후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은 금융회사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인다는 지탄 여론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보수가 계속 늘어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금융개혁 법안 등을 통해 금융권의 과도한 보수를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금융개혁법의 후속 작업으로 세부 규정들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자본 확충에 대한 규정들이 마련되면 앞으로 보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부즈앤코의 로먼 레겔만 파트너는 “앞으로 몇년 간 보수가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