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저실업률속에 이례적 현상

미국의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다른 소수 인종들에 비해 실업률은 낮지만 장기 실직상태에 있는 비율은 높은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대학 졸업자 등 고학력자가 많고, 실업률도 평균보다 낮은 점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미국의 공영라디오방송 NPR이 8일 보도했다.

지난 8월 현재 미국 전체 실업률은 9.6%이고, 흑인 실업률은 16.3%, 히스패닉은 12.0%의 실업률을 보인 반면, 아시아계는 7.2%의 매우 낮은 실업률을 보였다.

하지만 16세 이상 아시아계 실직자중 절반 이상인 51.7%가 27개월 이상의 장기 실업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 전체 실업자 가운데 45.8%만이 27개월 이상 장기 실업상태에 있는 점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 특히 흑인 실업자의 50.8%, 히스패닉은 42.3% 그리고 기타 인종은 43.7%만이 27개월 이상 실직자인 점과도 대조된다.

한마디로 아시아계가 학력 수준이 높고, 실업률도 상대적으로 낮지만 한번 실직을 하고 나면 다른 인종에 비해 재취업에 애를 먹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노동교육연구센터의 켄트 웡 연구권은 "아시아계 노동인구에 대해 잘못된 오해나 고정관념이 일부 있다"면서 "대졸자 등 고학력자가 많아 저임금 근로자나 실업자는 적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치 않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고학력자와 함께 비숙련 노동자도 많은게 주요 특징. 여기에 70% 이상이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태어나 이민온 경우이고, 도시 지역 특히 차이나타운 등 같은 인종들이 몰려있는 커뮤니티에 집단으로 몰려사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중국계는 의류와 식당업, 일본계는 정원업종 그리고 베트남계는 손톱다듬기 업종에 많이 종사하는 등 특정 직종에 집중적으로 진출해 있는 점도 특이한 현상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에 따라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경기가 좋을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경기침체를 맞으면 같은 소속 커뮤니티를 벗어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언어장벽에 부딪치는 단점이 있다.

특히 히스패닉들은 국적은 다양하지만 언어는 스페인어로 모두 통할수 있는데 반해 아시아계는 커뮤니티별로 10여개 이상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 다른 인종 커뮤니티나 주력 업종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웡 연구원은 "예를들어 오렌키 카운티의 리틀 사이공에 있는 베트남계 업체에 근무하는 베트남계 이민자는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 타운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계는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제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 의료보험이 제공되고, 급여도 많은 안정된 직장을 찾으며 직업을 가리는 경우가 많고, 실직하면 가족들에게 조차 알리지 않는 문화적 특성도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실직상태를 벗어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