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외국인 에이스 켈빈 히메네스(30)가 넘치는 힘과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삼성 타선을 잠재우고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히메네스는 8일 대구구장에서 계속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과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산발 5안타만 맞고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히메네스가 배영수(29.삼성)와 선발투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면서 승부의 추는 당연히 두산쪽으로 기울었다.

9회 예상치 못한 실책 2개가 쏟아진 바람에 역전 위기까지 몰렸지만 히메네스의 호투 덕분에 두산은 삼성을 4-3으로 물리쳤다.

전날 마무리투수 정재훈이 8회 박한이에 역전 3점포를 허용, 다 잡았던 경기를 아쉽게 놓쳐 큰 타격을 받았던 두산은 히메네스의 호투를 발판 삼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홈구장 잠실구장에서 열릴 3~4차전에서 반격의 기틀을 마련했다.

불펜 전쟁으로 흐르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로는 두 번째로 승리를 올린 히메네스는 경기 후 최우수선수로 뽑혀 상금 2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을 받았다.

준플레이오프를 포함해 가을잔치 7경기에서 선발승리를 올린 이는 히메네스와 지난 5일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5이닝을 3점으로 막은 김선우(33.두산) 뿐이다.

힘 있는 직구와 날카로운 싱커로 정규 시즌에서 14승(5패)을 거두고 두산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한 히메네스는 특히 삼성을 제물로 4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44로 아주 잘 던져 '천적'으로 통했다.

이날은 타선이 때마침 터져주면서 짐을 덜어 삼성 타선을 봉쇄하는 데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지난 3일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1⅔이닝을 던진 이후 닷새 만에 마운드에 오른 히메네스는 최고 시속 150㎞짜리 직구와 직구처럼 들어오다 가라앉는 싱커, 면도날 슬라이더로 삼성 방망이를 압도했다.

비가 줄기차게 퍼부어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되는 어수선한 와중에도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칼날 제구력이 인상적이었다.

0-0이던 1회말 선두 박한이와 조동찬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에 닥쳤던 히메네스는 박석민을 2루수 직선타로 처리했고 최형우마저 똑같이 2루수 직선타로 잡고 귀루하지 못한 2루 주자마저 아웃시키면서 이날 최대 고비를 넘겼다.

1회 삼성 타자들의 잘 때린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행운이 겹쳤다면 히메네스는 2회부터는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사자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7회까지 잡은 아웃카운트 21개 중 땅볼 아웃을 10개나 유도했다.

4회 조동찬-박석민-최형우 등 세 타자를 요리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조동찬을 상대로 몸쪽으로만 집요하게 6개를 잇달아 던져 결국 3루 땅볼로 잡아낸 히메네스는 박석민과 최형우도 각각 유격수 땅볼과 2루 땅볼로 처리했다.

5회 1사 1루에서도 자신을 상대로 타율 0.357(14타수 5안타)을 때려 삼성 타자 중 가장 강했던 이영욱을 2루수-1루수-유격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아웃시키며 포효했다.

히메네스의 몸쪽 공략이 집중적으로 이어지자 선동열 삼성 감독이 나와 강광회 주심에게 '몸쪽 스트라이크를 너무 후하게 주는 것 아니냐'며 가볍게 항의하기도 했을 정도로 히메네스의 공격적인 투구가 먹혔다.

히메네스는 "어제 패배가 아쉬웠기에 더 집중했다.

적지에서 1승1패 하면 충분히 잠실서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싱커와 슬라이더가 잘 들어갔다.

오히려 비로 경기가 중단돼 어깨를 쉬면서 오래 던질 수 있었다.

무조건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