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두산이 격돌한 올해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는 승리를 기원하는 다양한 도구가 동원돼 눈길을 끌었다.

8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두산 투수 레스 왈론드는 더그아웃 구석 벽에 '부적'을 붙였다.

이 부적은 흰 바탕의 종이에 '와이 낫(Why Not)'이라는 글자가 씌어 있었다.

왈론드가 '안 될 것 없다', '좋다', '해 보는 게 어때'는 등의 의미가 있는 이 문구를 강조한 것은 전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한 두산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함이다.

두산은 1차전에서 공격과 수비 등에서 두루 삼성을 압도했지만 박한이에게 결승 3점 홈런을 내주며 눈앞에서 승리를 날려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왈론드는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와이 낫' 부적을 활용해 재미를 봤다.

1, 2차전을 패한 뒤 잠실구장 라커룸 칠판에 '와이 낫'을 큰 글씨로 써 놨다.

이후 적지인 부산으로 옮겨 2연승을 거뒀고 이 문구를 지우지 않은 채 잠실 5차전에 임해 짜릿한 승리를 올렸다.

포스트시즌 들어 중간계투로 뛰며 미들맨 노릇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왈론드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마친 뒤 "우리가 처음에 2패를 당했을 때 다들 탈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나는 '왜 안되느냐'라고 반문하며 찬스가 오리라고 생각했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삼성에서는 1차전에서 부진했던 투수 권혁이 '승리 기원 장비'를 갖추고 마음을 다잡았다.

권혁은 1차전 6-5로 앞선 9회에 등판해 볼넷과 안타를 맞으며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던진 안지만이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으니 망정이지 자칫하면 패전의 멍에까지 짊어질 뻔했다.

권혁은 8일 "어제 플레이오프 첫 날이라 새 글러브와 새 스파이크를 신고 마운드에 섰다"라며 "그런데 결과는 부진했다.

그래서 오늘은 예전에 착용하던 헌 글러브와 스파이크를 찾아서 신고 나왔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처럼 장외에서 펼쳐지는 왈론드와 권혁의 기(氣) 싸움이 실제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대구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