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싱가포르에는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카드 두 장이 기대어 서 있는 듯한 건물 3개동과 지상 200m 높이에서 이들 3개 건물을 서로 연결하는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가 올려진 55층짜리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이 그것이다. 글로벌 시장 선두업체인 영국계 구조설계회사인 아룹이 세계에서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로 평가할 정도로 고난이도 첨단 공법이 동원됐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호텔 오픈 행사에 참석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을 성공적으로 지은 것은 '기술의 승리'이며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력 보증서를 받은 것"이라며 "세계 각 나라들이 발주하는 해당 국가 최고 랜드마크 건설공사에만 입찰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첨단 기술

쌍용건설은 국내에서보다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더 높다. 1980년 싱가포르에 첫 진출,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던 73층 스위스호텔 더 스탬포드를 지었다. 이후 싱가포르의 상징인 래플즈시티를 시공했다. 1998년 세계적 건설 전문지인 미국 ENR지로부터 호텔 건설부문 세계 2위로 평가받았다. 이후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약 1만3000실의 최고급 호텔과 8000병상에 달하는 병원 시공 실적을 갖고 있다

입(入)자 모양의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은 그동안의 기술력을 집적시킨 새로운 이정표로 인정받았다. 이 공사는 지면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지는 건물을 짓는 최고 난이도였다.

입자 구조로 설계한 것은 싱가포르의 관문임을 상징하기 위해서였다. 지상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져 올라가는 동측 건물을 지상 70m(23층)에서 서측 건물과 연결한 후 55층까지 건설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공사 과정에서 경사진 구조물을 지탱하는 구조물을 최소화하고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교량 건설에 쓰이는 공법까지 동원했다. 600㎜ 두께의 내력벽을 설치하고 내부에서 와이어(강철선)를 묶어 건물의 기울어짐을 방지했다.

호텔 꼭대기에는 축구장 두 배 크기로 배를 얹어 놓은 모양의 스카이파크가 있다. 수영장 3개와 전망대,정원,산책로,레스토랑,스파 등이 조성된 길이 343m,폭 38m의 스카이파크는 에펠탑 높이(320m)보다 23m 길다. 무게는 6만t이 넘는다.

쌍용건설은 스카이파크 시공을 위해 길이 38~75m,무게 200~700t의 철골 구조물을 지상에서 조립해 200m 위로 끌어 올리는 특수공법을 사용했다.

하루 최대 동원 인원은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중국,방글라데시,인도,말레이시아,태국,미얀마 등 10여개국 인력 6000여명에 이른다. 언어,생활습관이 다른 다국적 근로자들이 2교대로 24시간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1200만시간 동안 무재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호텔의 경사구조 시공 공법은 해외 프로젝트에 적용한 기술로는 최초로 국토해양부 건설신기술에 지정됐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은 국내 관공서 발주공사 입찰 때 기술점수를 부여받고 유사 프로젝트에 사용될 경우 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그린 친환경 건설도 강화

쌍용건설은 2010년 경영 슬로건을 '새로운 미래,그린 쌍용'으로 정하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친환경 녹색기술 분야를 적극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 분야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는 쌍용건설은 '그린빌딩'을 공략하기 위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LEED(Leadership in Energy & Environmental Design) 인증 획득을 추진 중이다. 그린빌딩 분야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60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첨단 3차원(3D) 설계 기법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확대 적용 중이다. BIM이란 건설 전 과정의 정보를 디지털화해 관리하는 선진 설계기법으로 디자인 차별화,공기 단축,공사비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최적화된 BIM 설계는 건축물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60%까지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3D 설계 기법인 BIM에서 더 나아가 시간과 공정 개념을 추가한 5D 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쌍용건설은 국내보다 한발 앞서 해외에서 친환경 건축물 기술을 축적해 왔다. 올 3월 입주를 시작한 오션 프론트 콘도미니엄은 싱가포르 센토사섬 해안 고급 주거단지에 들어서는 5개동 264채 규모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주거시설이다.

이 아파트는 연평균 기온이 섭씨 32~33도에 이르는 싱가포르에서 별도 냉방설비를 가동하지 않고도 내부 온도를 25.5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는 친환경 건축물로 시공됐다.

외부에는 특수유리를 사용했으며 수영장,인공연못,녹지,발코니 화단,캐노피,선스크린 등을 통해 온도를 대폭 낮춰 연간 1억원가량 냉방비를 절약하고 있다. △동작인식 자동 조명시스템 △LED 조명 △태양열을 통한 공용시설 전력 공급 △우수,중수 재활용 등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절감된 관리비는 연간 약 6억원,가구당 220만원이다. 친환경 단지로 시공하기 위해 추가된 공사비가 34억원가량임을 감안하면 6년 만에 모두 회수가 가능하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 주거건축으론 최초로 싱가포르건설청이 주관하는 'BCA 그린마크(Green Mark)' 시상식에서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올해 5월에는 W호텔이 BCA 그린마크 플래티넘을 받았다.

BCA 그린마크는 싱가포르 정부가 건축 관련 세계 최고 권위의 친환경 인증을 목표로 2005년 제정한 이래 현재는 중국,인도,말레이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아시아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수출돼 시행 중인 제도다. 미국의 리드(LEED),영국의 브리암(BREEAM)과 함께 세계 3대 친환경 인증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에너지,자원 절감을 위한 설계는 물론 완공 후 관리비,쾌적성,혁신성까지 평가할 정도로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한 총 7개국에서 호텔이 플래티넘 인증을 받기는 쌍용건설이 처음이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