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신예 유격수 김상수(20)가 처음 맞은 포스트시즌에서 거침없는 활약을 펼치며 패기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7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이 승리한 것은 8회말 터진 박한이의 역전 3점 홈런이 결정적이었지만, 김상수는 그에 앞서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김상수는 먼저 3회말 선취점의 물꼬를 텄다.

선두타자로 나선 김상수가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하면서 2회까지 어렵게 잘 버텨오던 두산 선발 투수 홍상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상수의 빠른 발을 의식한 홍상삼은 초구를 던지기 전부터 두 차례나 견제구를 던지고 피치아웃을 하는 등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뛰어!'라고 외치는 대구구장 관중의 함성이 쩌렁쩌렁 울리는 가운데 김상수는 홍상삼의 견제에도 아랑곳없이 2루를 훔쳤다.

이어 조동찬이 가운데 펜스를 직접 때리는 2루타를 치면서 김상수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큰 경기에 주눅이 들지 않고 잘 치고 잘 달리면서 목마른 선취점을 해결해준 것이다.

김상수는 2-5로 뒤져 패색이 짙던 8회에는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등 클러치 능력까지 과시했다.

2사 1, 3루에서 두산의 마무리 투수 정재훈과 마주친 김상수는 침착하게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내 3루 주자 현재윤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김상수의 적시타로 3-5로 따라붙으면서 경기는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었고, 결국 박한이가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삼성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머쥐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삼성에 입단한 김상수는 한국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베테랑 박진만(34)을 밀어내고 단숨에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주목받았다.

초반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간염에 부진이 겹쳐 봄을 넘기고부터는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아쉬움 속에 스파이크 끈을 조여매고 올 시즌을 시작한 김상수는 다시 박진만을 밀어내고 9월까지 주전 유격수로 맹활약했다.

시즌 타율은 0.245로 조금 낮지만 유격수로서 가장 중요한 안정된 수비 능력을 보여줘 대형 내야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이미 증명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선동열 감독은 2군에 내려가 있던 베테랑 박진만을 1군에 불러올렸다.

"3루와 2루 등 전 포지션에 조커로 쓰겠다"는 말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부족한 경험을 채워주리라는 기대가 배어났다.

그러나 김상수는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오히려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선동열 감독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붙박이 유격수'로서 자리를 굳건히 했다.

(대구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