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 퇴출까지 거론되던 '미운 오리' 두산 외국인 투수 레스 왈론드(34)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화려한 '백조'로 거듭났다.

왈론드는 5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5차전 9-3으로 쫓기기 시작하던 6회 1사 1, 3루에서 등판해 완벽하게 불을 껐다.

두산은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6회 들어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었다.

선두타자 김주찬에 이어 손아섭, 조성환, 이대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는 등 2점을 내줬다.

정규리그 팀 타율 1위(0.288)를 자랑하는 막강한 롯데 타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점차도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더군다나 타순은 강타자 카림 가르시아와 준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타격 감각을 자랑하는 전준우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 방이면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창성에 이어 마운드를 이어받은 왈론드는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가르시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이어 전준우에도 큰 포물선을 그린 변화구를 던져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왈론드의 호투가 펼쳐지자 두산은 공수교대 후 2점을 더 보태 승리의 안정권으로 접어들었다.

왈론드는 7회 강민호에게 홈런을 얻어맞기는 했지만 이후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8회 2사까지 잡은 뒤 마운드를 내려간 왈론드는 이날 2⅓이닝 동안 1실점했다.

왈론드는 앞선 3차전에서도 6-3으로 앞선 5회에 등판해 8회 2아웃까지 롯데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점수를 줬지만 자책점은 아니었다.

그날도 분위기가 롯데 쪽으로 순식간에 넘어가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준 덕에 승리 투수가 됐다.

왈론드는 2차전에서도 선발 김선우에 이어 8회에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호투했다.

왈론드는 시즌 초만 하더라도 2군에서 던지고 불펜으로 강등되는 등 5월 초까지 선발투수 몫을 전혀 못했다.

그러다가 5월15일 두산의 최대 라이벌인 SK와 경기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첫 승을 따내면서 상승 곡선을 그었다.

왈론드는 이번 시즌 김선우, 켈빈 히메네스 등과 함께 선발진을 지키며 7승 9패에 평균자책점 4.95로 무난한 성적을 올렸다.

이제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선발에서 중간으로 보직을 옮겨서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왈론드는 "너클 커브 등 구위 자체에 힘이 좋았고 컨디션도 괜찮아서 등판 전부터 자신이 있었다"라며 "정규리그 때 기복이 심했는데 그 점이 오히려 준플레이오프에서 경기마다 집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시즌 때 부진을 이번에 만회한 것 같아서 기쁘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처음에 2패를 당했을 때 다들 탈락할 것으로 예상했다"라며 "하지만 나는 '왜 안되느냐'라고 반문하며 찬스가 오리라고 생각했다.

다들 뭉쳐서 결국 이기게 돼 선수단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