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부실관리…매달 장학사 보내도 '입학장사' 몰라

2007년 12월 자영업자 A씨는 아들을 서울의 명문 사립초등학교인 한양대 부설 한양초교에 보내려다 여의치않자 급히 이 학교 교장실을 찾았다.

입학 공개추첨에 떨어진 터라 공식적으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지만 '천만원을 내면 길이 생긴다'는 이웃 학부모의 말만 믿었다.

마침 교장은 '결원이 생겨 입학할 수는 있지만, 요즘 학교에 발전기금이 급하다'고 했다.

교장의 한 마디에 A씨는 미리 준비해간 1천만원짜리 수표를 행정실에 넘겼다.

이듬해 봄 아이는 신입생 120명에 얹힌 '정원외 입학생'으로 이 학교에 들어갔다.

A씨는 "정상 입학은 아니지만 여하튼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경찰이 적발한 한양초교의 '입학장사'는 자녀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할 기회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학부모의 다급한 심정과 학교의 발전 지상주의가 맞물려 터져 나온 비리다.

이 학교는 서울 시내 초등학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교로 입학 경쟁률이 평균 3대 1에 달한다.

5일 경찰과 교육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 학교 교장을 맡았던 오모(64)씨와 조모(63.여)씨는 불법입학 사례금으로 비자금 18억2천여만원을 조성해 교사의 명절 휴가비와 판공비, 홍보비 등 학내 기금으로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내부 복지를 개선해 우수 교원을 유치하고 학교의 대외 인지도를 높이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발전기금은 대가성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학교 발전 목적만 내세우다 보니 이런 범행을 쉽게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현직 간부는 "잘못된 점이 무엇이었는지 자세히 확인해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고치겠다"고 말했다.

부실한 정부 규제도 입학 비리를 부추긴 꼴이 됐다.

초교는 현행법상 정원외 입학 제도가 아예 없어 이런 방식으로 들어온 학생은 적발 시 생활기록부 등 학사기록을 인정받지 못하고 퇴학ㆍ전학 조처 된다.

그러나 단속을 맡은 서울시교육청 측은 각 학교의 입학정원을 승인만 해줄 뿐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관할 교육청은 매달 한양초교에 장학사를 보냈지만 해마다 10∼30명씩 정원외 '뒷문입학'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양초교는 전학ㆍ질병 등으로 정규 입학생 중 결원이 생기면 추가모집을 하지 않고 정원외 학생을 집어넣는 수법으로 교묘히 불법을 은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김연정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