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어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과학기술 전담 행정위원회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국가과학기술행정체제 개편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대통령 직속 비상설 자문기구였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상설화되고, 국가 연구개발정책 방향 설정과 연구개발 예산의 배분 및 집행, 그리고 평가에 이르기까지 실질적 권한을 갖는 조직으로 격상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의 부재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에서 과학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이번 개편과 함께 연구개발 현장에 대한 혁신도 추진됨으로써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획기적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편은 정부 출연연구소에 대한 개혁작업이 그 발단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 3개부처 합동으로 출연연 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민간위원회를 구성했고, 민간위원회는 7개월의 작업 끝에 개편방향을 대통령에 보고한 바 있다. 민간위는 출연연 개혁이 제대로 되려면 상위 행정체제 개편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행정위원회를 만들거나 대통령이 위원장인 지금의 국과위 기능을 크게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정부가 민간위에서 제안한 두 안의 장점을 취합, 국과위를 행정위로 만들고 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맡도록 하는 결단을 내린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 대통령도 언급했듯 대한민국의 미래가 과학기술에 달렸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동안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제대로 배분되고 있느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했다. 그런 점에서 상위 행정체제 개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출연연을 비롯한 공공부문 개편이다. 민간위원회가 상위 행정체제 개편과 출연연 개편을 동시에 추진할 것을 권고한 것도 바로 그런 배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쉬운 것은 정부가 출연연 구조개편 문제를 현장의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추후 논의키로 한 점이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 출연연 개편이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지난 참여정부 때를 되돌아보면 알겠지만 과학기술행정 체제의 모양새만 그럴 듯하게 만든다고 과학기술분야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정부는 출연연을 비롯한 공공부문 연구개발체제 개편도 시기를 놓치지 말고 반드시 매듭져 향후 50~100년을 위한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토대를 확실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