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책을 시행하면 추석 때 같은 오보는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까?"(취재진) "솔직히 서울에 몇백년 만에 처음이었던 그런 비는 또 온다 해도 맞힐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기상청 관계자)

한가위 연휴 '초대형 오보'로 곤욕을 치른 기상청이 28일 예보역량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국산 수치예보 모델 개발과 예보관 훈련 강화,재해기상연구센터 설립 등이 담겨 있었다. 해양기상관측선,다목적 항공기 같은 첨단장비를 추가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취재진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이 기상청이 이미 추진해온 정책을 모아 재탕 · 삼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곧바로 나왔다. 빨라도 내년,늦으면 2019년에야 실현되는 중장기 사업들이다. 기상청 스스로도 마음에 걸린 듯 "날씨를 다루는 업무 특성상 당장 똑 떨어지는 대책을 내놓기 힘든 점을 감안해 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기상청은 "지난 추석 때와 같은 돌발상황은 맞히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20일 미국 · 일본 · 유럽 기상청이 예측한 우리나라 중부지방 강수량 예보수치(10~40㎜)도 기상청 예측과 비슷했다며 설명자료로 내놨다. 브리핑에 참석한 간부들도 당시엔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알리려 애썼다.

기상이변에 대한 기상청의 설명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비,눈,바람은 자연의 영역,신의 영역이다. 더구나 최근 늘고 있는 기상이변의 배후에 지구 온난화와 라니냐,엘니뇨 현상 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보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상청의 이날 대책과 설명은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았다. 날씨 예보에 대한 최종 판단권을 쥐고 있는 예보관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빠져 있었다. 무엇보다 추석 바로 전날 수도권 하늘에서 '물폭탄'이 퍼부어진 뒤 해당 지역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면서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그날로 돌아가 보자.친척집으로 가다 도로가 잠겨 집으로 돌아간 이들과 물바다로 변한 광화문에서 두려움에 떨었던 시민들,완전 무방비 상태로 침수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기상청의 대책에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임현우 사회부 기자 tardis@hankyung.com